티스토리 뷰
목차
암행어사의 눈을 멀게 한 주막 처녀의 발칙한 하룻밤 [기문총화]
태그 (15개)
#양반야담, #암행어사, #주막처녀, #신분초월, #로맨스, #기문총화, #사이다, #탐관오리, #권선징악, #오디오드라마, #시니어, #옛날이야기, #조선시대, #사랑이야기, #해피엔딩
#양반야담 #암행어사 #주막처녀 #신분초월 #로맨스 #기문총화 #사이다 #탐관오리 #권선징악 #오디오드라마 #시니어 #옛날이야기 #조선시대 #사랑이야기 #해피엔딩
후킹멘트
겉으로는 허름한 봇짐장수, 속으로는 얼음장처럼 냉철한 암행어사! 부패한 고을의 비리를 염탐하러 내려온 그가, 발칙하고 당찬 주막 처녀에게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천민의 신분임에도 사또의 비리를 거침없이 고발하는 그녀의 아찔한 매력! 얼음 같은 어사의 심장을 녹인 주막 처녀의 통쾌한 사이다 발언과,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기적 같은 로맨스가 지금 펼쳐집니다!
※ 1. 썩어빠진 고을, 봇짐장수로 위장한 암행어사
조선 팔도에서 산세가 험하고 인심이 사납기로 소문난 남쪽의 어느 고을. 해가 뉘엿뉘엿 지고 붉은 노을이 핏빛처럼 물드는 늦가을의 저녁 무렵, 흙먼지가 날리는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어 한 사내가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에는 낡아 빠져 군데군데 구멍이 난 패랭이를 깊숙이 눌러쓰고, 등에는 큼직하고 무거운 봇짐을 짊어진 초라한 행색의 봇짐장수였다. 때에 절어 누렇게 변한 무명 바지저고리에, 뒤축이 다 닳아버린 짚신을 질질 끌며 걷는 모양새는 영락없이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바쁜 가난한 떠돌이 장사꾼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패랭이 밑으로 언뜻언뜻 비치는 사내의 눈빛만큼은, 굶주린 들개처럼 매섭고 시퍼런 칼날처럼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내의 진짜 정체는 바로, 임금의 밀명을 받고 이 고을 사또의 부정부패를 낱낱이 파헤치러 내려온 사헌부 소속의 젊고 냉철한 암행어사였다. 도성 내에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대쪽 같은 성품과 명석한 두뇌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탐관오리들에게는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참으로 참혹한 광경이로구나. 추수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거늘, 들판은 황량하게 버려져 있고 길가에 쓰러진 백성들의 몰골은 산송장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고을 사또라는 자가 백성들의 고혈을 얼마나 쥐어짰으면,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더 많은 생지옥이 되었단 말인가.'
어사는 속으로 혀를 차며 고을의 풍경을 매의 눈으로 훑었다. 쓰러져가는 초가집들은 지붕이 반쯤 날아가 찬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었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어린아이들은 흙바닥에 주저앉아 마른 풀뿌리를 질근질근 씹고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촌부들의 눈동자에는 삶의 희망이라곤 단 한 줌도 남아있지 않은 짙은 절망만이 가득했다. 어사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부패한 권력을 향한 뜨거운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그는 당장이라도 마패를 꺼내 들어 저 간악한 사또의 목을 치고 싶었지만, 완벽한 증거와 장부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이 누추한 봇짐장수 연기를 계속해야만 했다.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이보시오, 노인장! 이 근처에 목을 축이고 하룻밤 묵어갈 만한 주막이 어디 있소이까?"
어사는 짐짓 허기진 목소리를 꾸며내며 길가에 주저앉아 쉬고 있는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은 힘없는 눈으로 어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쯧쯧, 장꾼 양반. 이 고을엔 이제 묵어갈 주막도 딱 하나밖에 남지 않았소. 사또 나리가 세금을 어찌나 뜯어가는지 다들 야반도주하고, 저기 저 주막거리에 있는 '월향네 주막' 하나만 겨우 문을 열고 있다오. 거기가 인심은 후하니 가보시구려."
노인이 가리킨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흙먼지가 날리는 저잣거리 끝자락에 다 낡은 주막의 청사초롱 하나가 위태롭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어사는 노인에게 짧은 인사를 남기고 주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막거리로 다가갈수록 역겨운 술 냄새와 왈패들의 거친 상욕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어사는 패랭이를 더욱 푹 눌러쓰며 조심스럽게 주막 사립문을 밀고 들어섰다.
주막 안마당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관아의 끄나풀로 보이는 불량스러운 왈패 서넛이 평상 하나를 떡하니 차지하고 앉아, 돈도 내지 않은 채 온갖 안주와 술을 요구하며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구석에 앉은 선량한 장사꾼들과 농부들은 왈패들의 눈치를 보며 숨죽여 막걸리만 들이켤 뿐이었다. 어사는 구석진 찌그러진 상에 짐을 내려놓고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이런 곳이야말로 고을의 썩은 내 나는 정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법. 어디, 이 고을 왈패 놈들이 무슨 짓을 벌이는지 지켜보자꾸나.'
어사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탁배기 한 사발을 시키려던 찰나였다.
"야, 이년아! 술맛이 왜 이리 밍밍하냐! 사또 나리의 앞잡이인 우리가 행차하셨으면 당장 고기를 구워 내올 것이지, 어디서 풀때기만 잔뜩 내놓고 지랄이여! 당장 이 주막을 엎어버리기 전에 좋은 술과 고기를 내오지 못할까!"
왈패 우두머리인 듯한 덩치 큰 사내가 상을 거칠게 뒤엎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쨍그랑! 사기그릇이 박살 나며 마당에 흩어졌고, 주막 안의 사람들은 겁에 질려 어깨를 움츠렸다. 어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봇짐 속에 숨겨둔 호신용 단도에 손을 가져가려던 바로 그때였다. 부엌 쪽에서 낭랑하고 맑은, 그러나 서슬 퍼런 여인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아이고, 참으로 꼴값들을 떨고 계시네! 사또 나리 앞잡이 노릇 하면서 백성들 고혈이나 빠는 버러지 같은 놈들이, 어디 와서 행패질이야!"
※ 2. 왈패들을 제압하는 주막 처녀의 매운맛 입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여인의 호통에 주막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일순간 고요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부엌 문지방에는, 낡고 빛바랜 무명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소매를 걷어붙인 한 젊은 처녀가 국자를 든 채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녀가 바로 이 주막을 혈혈단신으로 이끌어간다는 '월향'이었다.
어사는 패랭이 아래로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며 처녀를 관찰했다. 비록 천한 주막 처녀의 행색이었으나, 흙먼지 묻은 얼굴 사이로 드러나는 이목구비는 도성의 내로라하는 양반가 규수들조차 명함도 못 내밀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오뚝한 콧날과 붉은 입술, 그리고 무엇보다 밤하늘의 별처럼 맑고 총명하게 빛나는 커다란 눈망울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무기는 외모가 아니라, 사내들 열 명도 씹어먹을 듯한 매섭고도 거침없는 기백이었다.
"뭐, 뭐라? 이 미천한 주막년이 감히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려? 네년이 오늘 명줄을 재촉하는구나!"
왈패 우두머리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주먹을 치켜들고 월향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월향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히려 턱을 치켜들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쳐라! 쳐봐라, 이 덜떨어진 놈들아! 네놈들이 사또 백 믿고 힘없는 백성들 등쳐먹는 건 온 고을이 다 아는 사실이거늘, 이제는 과부와 처녀가 힘겹게 꾸려가는 이 누추한 주막까지 털어먹으려 드느냐! 술맛이 밍밍해? 네놈들 양심이 썩어문드러져 혀끝까지 마비된 걸 왜 애먼 내 술 탓을 하느냐! 고기가 먹고 싶거든, 네놈들이 백성들에게 삥땅 친 그 더러운 돈부터 상 위에 올려놓고 지껄여라!"
월향의 따발총 같은 일장 연설에 왈패 우두머리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구경하던 장사꾼들 사이에서 작은 실소가 터져 나오자, 우두머리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일그러졌다.
"이, 이 독사 같은 년이...! 내가 오늘 이 주막에 불을 지르고 네년을 관아로 끌고 가 곤장을 치게 만들 것이다!"
"그래, 끌고 가라! 당장 관아로 가자꾸나! 가서 사또 나리 면전에 대고 네놈들이 구휼미 창고에서 쌀 빼돌려 노름판에서 탕진한 사실을 내가 아주 낱낱이 불어주마! 지난달 최 부자네 땅문서 강제로 빼앗을 때 네놈들이 앞장섰던 것도 장부에 다 적어두었다! 사또가 제 살길 찾겠다고 네놈들 목부터 자를지, 내 목을 칠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꾸나!"
월향이 들고 있던 쇠국자를 평상에 쾅! 하고 내리치며 서슬 퍼렇게 소리치자, 왈패 놈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 자신들의 뒤를 봐주는 사또의 비리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치부까지 이 일개 주막 처녀가 속속들이 꿰뚫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어, 흠! 오, 오늘은 바빠서 이만 가주마! 다음에 다시 와서 이 주막을 박살 낼 테니 그리 알아라! 가자, 놈들아!"
우두머리는 꼬리를 내린 개처럼 허둥지둥 도망칠 궁리를 하며 졸개들을 이끌고 주막 사립문을 빠져나갔다. 왈패들이 사라지자마자 숨죽이고 있던 손님들 사이에서 "와하하!" 하는 통쾌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역시 우리 월향이 기백은 장군감이야!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네 그려!"
"아이고, 저 험악한 놈들을 말 몇 마디로 쫓아내다니. 내 오늘 술값은 두 배로 쳐주리다!"
월향은 사람들의 칭찬에 방금 전의 표독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별말씀을요. 저런 버러지 같은 놈들에게 기죽으면 세상을 어찌 살겠습니까. 자자, 다들 놀라셨을 텐데 막걸리 한 사발씩 서비스로 돌릴 테니 목이나 축이시지요!"
그 모든 광경을 구석진 상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어사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참으로 맹랑하고도 비범한 처녀로구나. 천민의 신분으로 사또의 앞잡이들을 저리 쥐락펴락하다니. 게다가 방금 그 처녀의 입에서 나온 말들... 구휼미 횡령에 땅문서 강탈이라. 허세가 아니라 분명 정확한 정황을 꿰뚫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저 처녀라면 이 썩어빠진 고을의 진짜 장부가 어디 숨겨져 있는지 알지도 모르겠군.'
어사는 탁배기를 들이켜며 월향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비리를 캐기 위한 호기심이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당차고도 아름다운 자태에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묘한 떨림이 가슴 한구석에서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을, 냉철한 암행어사 자신조차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3. 달빛 아래, 처녀의 당찬 고발과 흔들리는 마음
밤이 깊어지자 시끌벅적하던 주막의 손님들도 하나둘 흩어지고, 산기슭에는 적막한 풀벌레 소리만이 가득 찼다. 하늘에는 차갑고도 푸른 보름달이 떠올라 낡은 주막의 마당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어사는 허름한 객방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으나, 낮에 보았던 월향의 당찬 모습과 그녀가 흘린 사또의 비리 내용들이 머릿속을 맴돌아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구휼미를 빼돌렸다면 반드시 이중 장부가 존재할 터. 이 밤을 그냥 낭비할 수는 없지.'
어사는 조용히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 한가운데 평상에는 고단한 하루의 일과를 마친 월향이 홀로 앉아, 달빛을 등진 채 호롱불 아래서 무언가 낡은 책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놀랍게도 어려운 한자로 적힌 언해본 책이었다.
"이 야심한 밤에 주모는 잠도 주무시지 않고 무엇을 그리 열심히 들여다보시오?"
어사의 나직하고도 깊은 목소리에 월향이 화들짝 놀라며 책을 덮었다.
"아이고, 장꾼 어르신. 깨어 계셨습니까? 주막 뒷정리를 하느라 잠시 앉아 있었을 뿐입니다. 허기가 지시면 따뜻한 국밥이라도 한 그릇 내어 드릴까요?"
"아니오, 배는 부르니 그저 시원한 탁배기 한 사발만 청해도 되겠소? 달빛이 하도 좋아 혼자 마시기엔 아쉬워서 그러니, 주모도 한잔 함께 함이 어떠하오."
어사의 정중하고도 기품 있는 태도에 월향은 잠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낡은 패랭이를 벗고 달빛 아래 드러난 사내의 얼굴은 선이 굵고 이목구비가 뚜렷했으며, 눈빛은 깊은 호수처럼 맑고 흔들림이 없었다. 천한 봇짐장수라고 하기엔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월향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고개를 끄덕이며 맑은 동동주 두 사발을 내어왔다.
"낮에 왈패들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더이다. 웬만한 사내대장부 뺨치는 기백이 훌륭하였소. 허나, 그 왈패 놈들이 앙심을 품고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리 무모하게 맞섰소?"
어사가 술을 한 모금 넘기며 슬쩍 운을 띄우자, 월향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잔을 매만졌다.
"해코지가 두려워 숨죽이고 산다면 이 고을에선 뼈도 못 추리고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르신도 길을 오시며 보셨겠지요? 굶어 죽어가는 저 불쌍한 백성들을요. 다 저 간악한 사또 놈 때문입니다. 나라에서 내려온 구휼미는 모조리 빼돌려 청나라 상인들에게 은을 받고 팔아넘기고, 힘없는 농부들의 땅문서는 강제로 빼앗아 제 친인척들의 배를 불리고 있지요."
"허허, 한낱 주막을 운영하는 처녀가 어찌 관아의 그리 깊은 속사정까지 꿰뚫고 있단 말이오?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역모로 몰려 큰 화를 당할 수도 있소."
어사의 짐짓 날카로운 지적에, 월향은 오히려 맑은 눈을 똑바로 뜨고 어사의 눈을 강렬하게 마주 보았다.
"제가 어찌 아느냐고요? 제 아비가 바로 그 관아의 창고지기였기 때문입니다. 사또의 비리 장부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것을 암행어사에게 고발하려다... 억울하게 도둑 누명을 쓰고 장독을 이기지 못해 옥사하셨지요. 저는 아비의 억울한 죽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제 이 두 눈이 멀고 입이 꿰매지지 않는 한, 저는 그들의 더러운 짓거리를 절대 잊지 않고 세상에 알릴 것입니다."
월향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과 함께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단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어사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양반이라는 자들은 권력에 빌붙어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고, 선비라는 자들은 글만 읽으며 세상을 외면하거늘. 이 미천한 주막의 처녀는 아비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홀로 부조리한 세상과 맞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또의 비리를 입증할 그 장부... 그 장부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시오?"
어사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진지해지고 낮아졌다. 월향은 주변을 슬쩍 살피더니, 어사를 향해 몸을 조금 기울이며 속삭였다.
"사또는 그 장부를 관아에 두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기생인 매향의 안방 구들장 밑에 숨겨두고 있지요. 누구도 그곳을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 만약... 만약 진짜 암행어사 출두라도 하는 날이 온다면, 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장부를 파내어 사또의 목을 칠 것입니다."
달빛 아래 분노와 슬픔, 그리고 결연함으로 빛나는 월향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냉철했던 어사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리를 캐냈다는 수사관으로서의 기쁨이 아니었다. 한 여인의 강인하고도 아름다운 영혼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린, 한 사내의 뜨거운 심장 박동이었다.
※ 4. 어사의 다짐, 싹트는 은밀하고 뜨거운 연정
"기생 매향의 안방 구들장 밑이라..."
어사는 나직하게 월향의 말을 입안에서 되뇌었다. 굶주린 백성들의 피와 땀을 쥐어짜 만든 그 더러운 비리 장부를, 고을에서 가장 화려하고 은밀한 기생의 치맛자락 아래에 꽁꽁 숨겨두다니. 참으로 탐관오리다운 교활하고도 치밀한 수법이 아닐 수 없었다. 어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단전 깊숙이 억누르며, 차가운 달빛을 받아 눈부시게 하얀 월향의 옆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비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거대한 절망 앞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고, 오히려 밤잠을 줄여가며 언해본을 더듬어 읽고 글을 깨우치려 애쓰는 이 처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친 사내들 앞에서도 매서운 호통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가난한 촌부들에게는 흔쾌히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내어주는 비단결 같은 심성을 가진 여인.
'내 평생 도성에서 권문세가의 숱한 규수들을 보아왔으나, 이토록 맑고 강인하며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여인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양반의 체면이라는 두꺼운 허울을 벗어던지고 세상의 불의를 똑바로 직시하는 이 천민 처녀가, 책상물림으로 세월을 보내는 그 어떤 사대부보다 훌륭하고 귀하지 않은가.'
어사는 탁배기 잔을 꽉 쥐고 있는 월향의 거칠고 투박한 손등을 자신도 모르게 지그시 덮어 쥐었다. 갑작스러운 사내의 크고 따뜻한 손길에 월향이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켜며 손을 빼려 했으나, 어사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힘으로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주모... 아니, 월향 낭자."
어사의 입에서 처음으로 불린 자신의 이름. 게다가 '낭자'라는, 자신 같은 주막의 천민에게는 평생 가도 들을 수 없는 귀하고 존대하는 호칭에 월향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내 비록 다 해진 낡은 봇짐 하나 짊어지고 다니는 보잘것없는 떠돌이 장수 신세이나, 낭자의 그 억울한 사연과 이 썩어빠진 고을의 참상만큼은 내 가슴 깊이, 아주 뼛속 깊이 새겨두었소. 낭자의 아버님께서 목숨을 바쳐 남기신 그 의로운 용기가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늘이 반드시 이 고을에 서릿발 같은 무서운 심판을 내릴 것이니... 부디, 부디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마시오."
어사의 짙고 깊은 목소리는 단순한 나그네의 위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암행어사로서 백성의 고혈을 빠는 탐관오리를 반드시 처단하겠다는 피 끓는 다짐이자, 사내로서 한 여인의 깊은 상처를 온전히 보듬고 지켜주겠다는 뜨거운 맹세였다. 월향은 어사의 흔들림 없는 강렬한 눈빛을 마주하며, 봇짐장수라는 허름한 행색 뒤에 감춰진 거대하고 태산 같은 기운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평생 사내들을 경계하고 독기를 품고 살아왔던 그녀의 굳게 닫힌 마음속에, 처음으로 누군가의 넓은 어깨에 기대어 펑펑 울고 싶다는 묘한 떨림과 따뜻한 온기가 걷잡을 수 없이 싹트기 시작했다.
"어르신... 고, 고맙습니다. 그 따뜻한 말씀 한마디만으로도, 제 가슴속에 맺혀있던 시퍼런 멍울이 반은 녹아내리는 듯합니다."
월향의 눈가에 맺혀있던 투명한 이슬방울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더니, 이내 고운 볼을 타고 툭 흘러내렸다. 어사는 조심스럽게 거친 소맷자락을 들어 그녀의 뜨거운 눈물을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두 남녀 사이에는 더 이상 양반과 천민, 떠돌이 나그네와 주막 처녀라는 신분의 단단한 벽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불의에 분노하는 두 개의 의로운 영혼과, 서로를 향해 강렬하게 끌리는 두 남녀의 애틋하고도 숨 막히는 숨결만이 고요한 달빛 아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어사는 주막을 나섰다. 월향은 그가 그저 며칠 쉬다 길을 떠나는 평범한 장사꾼인 줄만 알고, 못내 아쉬운 눈길로 그의 넓은 등짝이 산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하지만 어사가 향한 곳은 타지로 가는 고갯길이 아니었다. 그는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 밤새 자신을 따르며 숨어 지내던 비밀 요원들인 역졸들이 머무는 비밀 거점으로 향했다.
"모두 내 말을 똑똑히 들으라! 오늘 밤 자시, 우리는 사또가 총애하는 기생 매향의 집을 기습하여 그곳 안방 구들장 밑에 교묘하게 숨겨진 진짜 비리 장부를 확보할 것이다. 장부가 우리 손에 들어오는 즉시, 내일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관아로 들이닥쳐 그 썩어빠진 탐관오리 놈들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니,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어사의 시퍼런 호령이 떨어지자, 십여 명의 건장한 역졸들이 일제히 땅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어사의 품속 깊은 곳에서는 임금의 옥새가 찍힌 마패가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썩은 고을을 뒤집어엎을 출두의 순간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 5. 마패의 등장, 탐관오리의 목을 치는 사이다 심판
다음 날 아침, 고을 관아의 넓은 앞마당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기생들의 요란한 가야금 소리와 늙은 사또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온 고을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또는 자신의 환갑 생일을 핑계로 고을의 토호들과 지주들을 강제로 불러모아 막대한 뇌물을 뜯어내고, 백성들에게 거둔 구휼미로 빚은 질 좋은 청주를 물처럼 퍼마시며 호화롭고 방탕한 연회를 즐기는 중이었다. 연회장 한구석에는 며칠 전 월향의 주막에서 행패를 부리다 쫓겨났던 왈패 우두머리도 아첨을 떨며 기름진 고기를 뜯어먹고 있었다. 담장 밖 백성들은 굶주림에 허덕이는데, 담장 안은 그야말로 돈과 술이 넘쳐나는 별천지였다.
"크하하하! 술맛이 아주 기가 막히게 좋구나! 내년에는 저 게으른 백성들 놈들의 세금을 세 배로 올려서, 내 기필코 한양 도성에 아흔아홉 칸짜리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한 채 사야겠어! 자자, 다들 잔을 높이 들고 비워라!"
사또가 술기운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어린 기생을 옆에 끼고 거드름을 피우며 호탕하게 웃어젖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암행어사 출두야아아!!!"
관아 대문 밖에서 맑은 가을 하늘을 두 쪽으로 찢을 듯한 우렁차고 벼락같은 고함 소리가 사방을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어른 십여 명이 붙어도 열기 힘들 육중한 관아 대문이 콰직! 하는 굉음과 함께 박살 나며 무너져 내렸고, 손에 단단한 육모방망이를 든 건장한 역졸들이 성난 폭풍처럼 연회장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놀란 기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치맛자락을 감싸 쥐고 나자빠졌고, 술잔을 높이 들고 있던 사또와 아전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가 식어 시체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
혼비백산하여 아수라장이 된 연회장 한가운데로, 낡은 패랭이와 누더기 옷을 벗어 던지고 기품 있는 푸른색 관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젊은 어사가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오른손에는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번쩍이는 마패가 하늘 높이 들려 있었다. 바들바들 떨던 사또는 어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귀신이라도 본 듯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입을 딱 벌렸다.
"너, 넌... 엊그제 주막거리를 기웃거리며 밥을 구걸하던 그 천한 봇짐장수 놈이 아니더냐! 네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겁도 없이 진짜 어사의 마패를 훔쳐 들고 와 이따위 요망한 짓거리를 벌이는 것이냐! 여봐라, 포졸들은 무얼 하느냐! 당장 저 미친놈을 꽁꽁 포박하여 무릎을 꿇려라!"
사또가 현실을 부정하며 악에 받쳐 소리를 질러댔지만, 관아의 포졸들은 이미 역졸들의 살기등등한 기세와 진짜 마패의 위엄에 완전히 짓눌려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어사는 싸늘하고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두꺼운 책자 하나를 꺼내어 사또의 발밑으로 휙 내동댕이쳤다.
"이 천하의 간악한 탐관오리 놈아! 네놈의 썩어빠진 죄상을 가리기 위해, 기생년 안방 구들장 밑에 쥐새끼처럼 꽁꽁 숨겨두었던 진짜 이중 장부가 바로 여기 있다! 나라에서 내려온 구휼미 만 가마니를 중간에서 횡령하여 청나라 상인에게 팔아넘기고, 무고한 백성들 백여 명의 땀 묻은 땅문서를 강탈하고도 모자라, 이를 암행어사에게 고발하려던 무고한 창고지기를 도둑으로 몰아 잔인하게 옥사시킨 네놈의 천인공노할 끔찍한 죄악이 이 안에 낱낱이 적혀 있거늘! 아직도 그 더러운 세 치 혀로 변명을 늘어놓을 셈이냐!"
발밑에 툭 떨어진 자신의 비밀 장부를 확인한 사또는, 그제야 모든 상황이 끝났음을 뼈저리게 깨닫고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화려한 비단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제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땅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통곡하기 시작하는 사또와, 담장 너머로 도망치려다 역졸들의 방망이에 얻어맞고 나뒹구는 왈패들의 꼴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여봐라! 이 고을 백성들의 피와 눈물을 빨아먹은 저 역적 사또 놈과 그 더러운 하수인들을 당장 옥에 가두고 무거운 칼을 씌워라! 장부에 적힌 불법 재산은 오늘부로 모조리 몰수하여 굶주린 백성들의 창고에 빠짐없이 채워 넣을 것이며, 억울하게 빼앗긴 땅문서 역시 촌각을 다투어 본래의 억울한 주인들에게 즉각 돌려주도록 하라!"
어사의 서릿발 같은 준엄한 판결이 관아 마당에 떨어지자, 소문을 듣고 담장 너머에서 숨죽여 지켜보던 수백 명의 고을 백성들 사이에서 "만세! 어사 사또 만세! 아이고, 하늘이 우릴 살리셨네!" 하는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감격의 통곡이 터져 나왔다. 탐욕과 죽음의 그림자만이 가득했던 지옥 같은 고을에, 마침내 따뜻한 봄볕 같은 진짜 정의가 눈부시게 실현되는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 6. 신분을 내던진 청혼, 정경부인이 된 주막 처녀
고을의 모든 부패한 잔당들을 깨끗하게 소탕하고 활기찬 평화를 되찾은 지 며칠 뒤. 화려한 관복을 벗고 다시 평범한 선비의 단정하고 기품 있는 도포 차림으로 갈아입은 어사가 늦은 오후 무렵 '월향네 주막'을 다시 찾았다. 백성들이 길거리로 나와 환호하며 그를 헹가래 치려 했으나, 어사는 빙그레 웃으며 조용히 그들을 물리고 홀로 낡은 주막 사립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다.
부엌 툇마루에 걸터앉아 채반을 닦고 있던 월향은 익숙한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문지방에 서 있는, 초라한 봇짐장수 대신 기품 넘치는 선비의 모습으로 나타난 자신의 구원자, 위풍당당한 사내의 모습에 그만 들고 있던 그릇을 마당에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 어사 나리..."
월향이 당황하여 황급히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려 하자, 어사는 번개처럼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잡아 일으켜 세웠다.
"내 며칠 전 달밤에 분명히 낭자에게 말하지 않았소. 불의에 당당히 맞서는 낭자의 그 눈부시고 아름다운 기백은 세상 그 어떤 잘난 사대부보다 훌륭하다고. 그러니 내 앞에서는 절대 무릎을 꿇지도, 고개를 숙이지도 마시오."
어사의 다정하고도 뜨거운 눈빛에 월향의 두 뺨이 수줍은 복숭아처럼 붉게 물들었다. 어사는 품속에서 두툼한 서류 뭉치를 꺼내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것은 월향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빼앗겼던 관아 창고지기의 명예로운 신원 복권 문서와, 그동안 사또가 강제로 몰수했던 월향네의 모든 논밭과 집을 되찾았음을 증명하는 땅문서였다.
"아버님의 깊은 한을 마침내 풀어드렸소. 이제 이 험하고 지긋지긋한 주막 생활은 당장 접고, 아버님이 정성스레 가꾸셨던 옛집으로 돌아가 두 다리 뻗고 편히 쉬시오."
"어사 나리... 이, 이 크나큰 은혜를 미천한 제가 어찌 다 갚아야 할지... 평생 나리의 은덕을 가슴에 새기고, 매일 부처님께 나리의 평안을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월향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금 뜨거운 눈물을 터뜨리려 하자, 어사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두 손을 자신의 큰 손으로 더욱 꽉 감싸 쥐었다.
"기도만으로는 내 마음을 채울 수 없소. 정녕 이 은혜를 갚고 싶다면, 내 남은 평생을 낭자에게 단단히 빚지게 해주는 건 어떻겠소?"
"예...?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월향이 당황하여 커다란 눈을 깜빡이자, 언제나 얼음장처럼 냉철했던 암행어사의 얼굴에 소년처럼 수줍고도 진실한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내 비록 도성에서 내로라하는 뼈대 있는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 앞길이 창창한 어사라고는 하나, 내 가슴은 이미 며칠 전 그 달빛 아래서 낭자에게 송두리째 빼앗겨 버리고 말았소이다. 양반의 썩어빠진 허례허식이나 꽉 막힌 가문의 반대 따위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소. 낭자의 그 지혜롭고 맑은 영혼이라면, 내 평생의 유일한 반려자로 삼아 온 세상의 거친 길을 함께 걷고 싶소. 이 못나고 고집 센 사내와 함께 한양으로 올라가 주겠소?"
천민 주막 처녀를 향한, 조선 최고 엘리트 암행어사의 공개적이고도 믿을 수 없는 발칙한 청혼이었다. 월향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이 기적 같은 현실에 숨을 멈추었지만, 이내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의 두 눈에 담긴 태산 같은 진심과 변치 않을 깊고 뜨거운 사랑을 온전히 확인했다. 그녀는 더 이상 천민이라는 신분의 낡은 벽 뒤로 비겁하게 숨지 않았다. 당차고 아름다운 주막 처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조용히 어사의 넓고 따뜻한 품에 푹 안겼다.
그 후 이 놀라운 두 사람은 어찌 되었냐고? 어사의 짐작대로 한양의 본가에서는 천민 출신의 며느리를 절대 들일 수 없다며 거센 반대와 소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어사는 가문의 모든 막대한 재산을 포기하고 애써 얻은 벼슬마저 미련 없이 내려놓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결국 그의 꺾을 수 없는 고집과 며느리로 들어온 월향의 눈부신 지혜와 내조, 그리고 어사를 총애하던 임금의 은밀한 지지에 힘입어 두 사람은 만인의 축복 속에 성대한 혼례를 올리게 되었다.
월향은 과거의 억척스러운 주막 처녀의 허울을 벗고, 특유의 총명함과 넓은 배포로 남편의 정치를 완벽하게 내조해 내며 훗날 벼슬길에 복귀한 남편을 조선 최고의 자리인 영의정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천민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의 실력으로 당당히 떼어버리고, 조선 팔도에서 가장 기품 있고 자비로운 '정경부인'으로 칭송받으며 가난한 자들의 든든한 어머니가 되어 평생토록 남편과 백년해로하며 깨가 쏟아지게 살았다고 야담은 훈훈하게 전하고 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썩어빠진 탐관오리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쓴소리를 내뱉던 주막 처녀 월향의 당찬 모습에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듯했지요? 그런 그녀의 맑고 의로운 영혼을 알아본 암행어사의 직진 로맨스도 참으로 가슴 설레는 밤이었습니다. 진정한 사랑 앞에서는 신분도, 체면도 아무런 장애물이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통쾌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 행복하고 평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도 흥미진진한 양반야담으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