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굴젓 선주와 염전 과부의 함초 〈출처: 성옹지소록〉
서산 어리굴젓 선주와 염전 과부의 함초(鹹草) 해독과 갯벌 운동 〈출처: 성옹지소록〉
예순 살 서산 안 선주가 고혈압과 중풍으로 쓰러지자, 사위와 선장이 짜고 배를 팔아 도망치려 한다.
염전에서 일하던 스물아홉 과부 소금이가 갯벌의 산삼이라 불리는 함초 달인 물과 낙지 연포탕을 먹이고, 뜨거운 천일염 찜질 마사지와 갯벌 허벅지 단련 운동을 7개월간 시킨다.
혈관이 깨끗해지고 사십 대 몸매로 회춘한 안 선주가 선착장에서 사위 일당을 덮쳐 회개시키고, 소금이와 합궁하여 만선의 기쁨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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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Intro):
서해 바닷가를 호령하던 예순 살의 어리굴젓 거상 안 선주가 중풍으로 쓰러지자, 믿었던 사위와 선장이 발톱을 드러냅니다. 은혜를 갚으려 찾아온 스물아홉 염전 과부 소금이가 갯벌의 산삼이라 불리는 함초와 낙지로 안 선주를 살려내려 하지만, 재산에 눈이 먼 사위 일당은 약사발을 걷어차고 매질을 하며 두 사람을 사지로 내모는데요! 모진 방해와 위협을 뚫고 뜨거운 천일염 찜질과 갯벌 단련으로 칠 개월 만에 사십 대의 강골로 회춘한 안 선주! 배신자들을 단숨에 제압한 뒤, 현명한 새 안주인 소금이의 내조로 원수 같던 가족들을 눈물로 화해시키고 마침내 모든 가업을 물려준 뒤 떠나는데! 손에 땀을 쥐는 위기와 통쾌한 역전, 그리고 뜨거운 황혼의 합궁까지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 1: 풍병으로 무너진 거상
충청도 서산 땅 간월도 포구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하는 어리굴젓 독점권과 소금배 열 척을 거느린 예순 살의 대부호 안진구 선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평생 거친 바닷바람과 맞서며 수만 금의 재산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으나, 짜고 기름진 음식과 격무에 시달리던 그는 예순 번째 생일을 앞둔 늦가을 날, 뇌혈관이 막히는 극심한 고혈압과 중풍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목숨은 겨우 건졌으나 왼쪽 팔다리가 통나무처럼 굳어버린 반신불수에, 입마저 돌아가 말 한마디 못 하는 신세가 되자 집안은 하루아침에 무법천지로 변했습니다. 안 선주가 아들처럼 믿고 장부를 맡겼던 데릴사위 최 서방과 이십 년 지기 박 선장이 곧바로 본색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들은 안 선주의 외동딸을 백일기도를 핑계로 먼 산사로 쫓아내듯 보낸 뒤, 안 선주를 본채에서 끌어내어 바닷바람이 숭숭 새어 들어오는 염전 구석의 낡은 행랑방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 년 전 안 선주에게 큰 빚을 탕감받고 염전 일자리를 얻어 생명을 건졌던 스물아홉 살의 청상과부 소금이가 이 참담한 소식을 듣고 행랑방으로 달려왔습니다. 약초꾼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라 갯벌의 약초와 양생법에 통달했던 소금이는, 안 선주의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해 갯벌의 산삼이라 불리는 붉은 함초(鹹草)를 캐어다 화로에 정성껏 달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행랑방 마당으로 사위 최 서방과 박 선장이 술 냄새를 풍기며 들이닥쳤습니다. 코를 찌르는 약초 냄새를 맡은 최 서방의 눈초리가 사납게 일그러졌습니다.
"아니, 이 염전 과부 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함부로 기어들어와 약탕기를 올려놓는 것이냐! 누가 네년더러 우리 장인어른에게 약을 쓰라 하였느냐!"
최 서방이 다짜고짜 군화 발로 화로를 걷어차자, 펄펄 끓던 약탕기가 마당 바닥에 나동그라지며 박살이 났고, 검붉은 함초 달인 물이 흙바닥에 속절없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소금이는 뜨거운 약물에 손등을 데면서도 깨진 사기 조각을 부여잡고 최 서방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최 서방님! 어찌 이러시옵니까! 지금 어르신께서는 피가 탁해지고 어혈이 뇌혈관을 막아 촌각을 다투는 위중한 상태이십니다! 이 함초 물은 어르신의 혈관 속 기름때와 독소를 씻어낼 유일한 영약이온데, 약을 쏟아버리시면 어르신더러 그냥 돌아가시라는 말씀이옵니까!"
옆에 있던 박 선장이 험상궂은 얼굴로 소금이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채며 윽박질렀습니다.
"이 발칙한 과부 년이 주둥아리는 살아서 어른들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구나! 명의들도 다 포기한 노인네한테 그따위 바닷가 잡초 물을 먹였다가 덧나기라도 하면 네년이 책임질 것이냐! 보아하니 장인어른 눈 어두운 틈을 타서 재산 한 푼이라도 뜯어낼 심산 모양인데, 당장 짐 싸 들고 이 염전에서 썩 꺼지지 못할까!"
최 서방도 차가운 비웃음을 흘리며 소금이의 어깨를 거칠게 떠밀었습니다.
"내일모레면 장인어른의 소금배와 어리굴젓 창고는 모두 내 명의로 넘어갈 것이다! 만약 내일 아침까지 이 포구를 떠나지 않고 또다시 장인어른 근처에 얼씬거렸다가는, 네년을 도적년으로 몰아 멍석말이를 해서 서해 바다에 수장시켜 버릴 줄 알아라! 알겠느냐!"
방 안에서 문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안 선주는 피가 거꾸로 솟아올라 눈알이 터질 듯 부릅떠졌습니다.
'이... 이 천하에 벼락을 맞을 악귀 같은 놈들! 나를 살리겠다고 찾아온 은인을 때리고 약탕기를 깨부수어? 내 기필코... 내 기필코 두 발로 일어나 네놈들의 간을 내어 씹으리라!'
안 선주는 방바닥을 치며 "어... 어어... 으윽!" 하고 절규했으나, 사위와 선장은 코웃음을 치며 대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습니다. 마당에 주저앉은 소금이는 화상을 입어 벌겋게 부어오른 손등으로 흙바닥에 고인 함초 물을 쓸어 담으며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치료는 시작도 하기 전에 가로막혔고, 당장 내일이면 포구에서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할 절체절명의 위기였습니다.
※ 2: 밤갯벌의 피나는 회춘 훈련
그날 밤, 소금이는 도망치는 대신 목숨을 건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녀는 어둠을 틈타 안 선주의 방으로 들어가, 분노로 몸을 떨고 있는 안 선주의 손을 꼭 잡고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습니다.
"어르신, 제 말을 똑똑히 들으십시오. 지금 저 악당들은 어르신께서 조금이라도 차도를 보이시면 아예 독약을 써서라도 숨통을 끊으려 들 것이옵니다. 그러니 내일부터 낮에는 병세가 더욱 깊어져 아예 의식을 잃고 똥오줌을 받아내는 시늉을 하셔야 하옵니다! 소녀는 저자들에게 빌어서라도 어르신의 dirty(더러운) 오물을 치우는 천한 종년으로 남을 터이니, 밤에만 몰래 치료를 이어가시지요!"
안 선주는 소금이의 기막힌 지략과 목숨을 건 충정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소금이는 최 서방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최 서방님, 어젯밤 어르신께서 다시 풍을 맞으셨는지 이제는 사람도 못 알아보고 대소변을 그냥 싸지르십니다요. 하인들이 모두 더럽다고 도망갔사오니, 소녀가 약은 절대 쓰지 않고 그저 마구간에서 자며 어르신 똥오줌 걸레질만 하게 해 주십시오. 갈 곳 없는 과부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방 안을 들여다본 최 서방과 박 선장은, 눈을 허옇게 뒤집고 이불에 오물을 지린 채 침만 흘리고 있는 안 선주의 처참한 연기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습니다.
"크하하! 오냐, 이제 진짜로 저승사자하고 손잡았구나! 에이그, 냄새야! 그래, 저 과부 년이 공짜로 똥걸레질을 하겠다니 마구간에 처박혀 있든 말든 내버려 두자고!"
그날부터 칠 개월간, 낮에는 지옥 같은 수모가, 밤에는 기적 같은 회춘의 비법이 펼쳐지는 이중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낮 동안 소금이는 최 서방과 박 선장이 던지는 술상 시중을 들며 온갖 폭언과 매질을 묵묵히 견뎌냈습니다. 어느 날은 박 선장이 소금이의 행색이 수상하다며 마구간을 뒤지려 했으나, 소금이는 똥오줌이 묻은 요강을 일부러 뒤집어쓰며 미친 척 연기를 해 위기를 모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감시꾼들이 모두 골아떨어진 자정 무렵이 되면, 소금이의 눈빛은 매섭게 변했습니다. 그녀는 마구간 땅바닥 밑에 비밀리에 파놓은 아궁이에서 낮부터 은근히 달여둔 진한 함초 물과, 찬 기운을 몰아내는 서산 마늘과 생강을 듬뿍 넣고 끓인 펄낙지 연포탕을 꺼내어 안 선주에게 먹였습니다.
"어르신, 어서 드십시오! 함초가 어르신의 피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이 산 낙지가 어르신의 죽어가는 양기를 다시 불타오르게 할 것이옵니다!"
식사가 끝나면 소금이는 가마솥에 아홉 번 구워낸 서산 천일염을 무명 자루에 담아, 안 선주의 굳어버린 왼쪽 반신과 아랫배 단전에 올려놓고 두 시간 동안 피가 맺히도록 경락 지압 마사지를 해 주었습니다. 뜨거운 천일염의 열기와 약성이 피부 속으로 파고들며 막혔던 어혈을 녹여내자, 석 달 만에 안 선주의 마비되었던 왼쪽 팔다리에 감각이 완전히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소금이는 인적이 완전히 끊긴 새벽 두 시부터 네 시까지, 행랑방 뒷담을 넘어 드넓은 서해 갯벌로 안 선주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어르신! 사위 놈에게 빼앗긴 가문을 되찾고 싶으시다면 이 진흙 갯벌을 이겨내셔야 하옵니다!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이 갯벌을 맨발로 박차고 걸으셔야 하체의 큰 혈관이 뚫리고 사십 대의 근육이 다시 붙을 수 있사옵니다! 자, 제 어깨를 잡고 걸으십시오!"
찬 바닷바람이 살을 에고 갯벌의 조개껍데기에 발바닥이 찢어져 피가 났지만, 안 선주는 낮에 소금이가 자신 때문에 박 선장에게 발길질을 당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오냐! 저 가녀린 여인이 나를 살리려 온몸에 멍이 들도록 맞으며 버티는데, 사내대장부인 내가 이깟 진흙탕 하나 못 이기랴! 으아아아!'
다섯 달, 여섯 달이 지나고 마침내 칠 개월이 차오르자, 안 선주의 몸에는 실로 믿기지 않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함초 해독으로 혈관이 청년처럼 맑아지니 검버섯이 사라지고 피부가 구릿빛으로 팽팽해졌으며, 매일 밤 갯벌을 가르며 단련한 허벅지와 가슴은 바위처럼 단단한 근육으로 갈라졌습니다. 심지어 백발이던 머리칼 밑동에서 검은 머리가 무성하게 자라나고, 단전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양기가 용솟음쳤습니다. 예순의 반신불수 노인이 칠 개월 만에 사십 대 장정의 육체로 완벽하게 회춘한 것이었습니다!
※ 3: 사십 대 강골의 귀환과 피의 심판대
칠 개월째가 되는 유월 초하루 아침, 간월도 선착장은 이른 아침부터 거대한 상선들과 인부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사위 최 서방과 박 선장이 마침내 안 선주의 직인을 위조하여 소금배 열 척과 어리굴젓 창고를 개성 상인들에게 통째로 팔아넘기고, 은자 만 냥을 챙겨 한양으로 도주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최 서방은 비단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박 선장과 함께 술잔을 부딪치고 있었습니다.
"크하하! 박 선장, 드디어 오늘이네! 개성 객주에게 어음 만 냥도 다 받았고, 이제 저 배에 실린 어리굴젓만 출항시키면 우리는 한양 일등 기방으로 직행하는 것이야! 행랑방의 산송장 영감탱이와 그 천한 과부 년은 오늘 밤 불을 질러 아예 흔적도 없이 태워 죽이라고 왈패들에게 일러두었네!"
"아이고, 최 서방님! 역시 서방님의 통 큰 배포는 당할 자가 없습니다요! 자, 인부들아! 어서 닻을 올려라!"
박 선장이 깃발을 흔들며 출항을 명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선착장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어리굴젓 나무통 더미가 쾅! 하는 굉음과 함께 허공으로 박살 나며 날아올랐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선 인부들과 상인들의 눈앞에, 자욱한 먼지를 헤치고 걸어 나오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드러났습니다.
선두에 서서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사내는, 떡 벌어진 어깨와 구릿빛의 팽팽한 얼굴, 검게 빛나는 머리칼과 시퍼렇게 살아있는 안광을 지닌 사십 대의 건장한 장부였습니다! 바로 완벽하게 회춘한 안진구 선주였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깨끗한 모시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금이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네 이놈들! 아직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도 않았거늘, 감히 누구의 배를 팔아먹고 누구를 불태워 죽인단 말이냐!"
바다를 가르는 듯한 안 선주의 우렁찬 사자후(獅子吼)에 선착장 전체가 얼어붙었습니다. 최 서방과 박 선장은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리며 귀신이라도 본 듯 경악했습니다.
"자... 장인어른?! 아, 아니, 어제까지도 행랑방에서 똥오줌 못 가리고 숨만 헐떡이던 노인네가 어찌... 어찌 저리 젊은 장정의 모습으로 걸어 나온단 말이냐!"
"이, 이건 요술이다! 저 과부 년이 부린 요술이야! 여봐라, 칼 차고 있는 왈패 놈들은 어서 달려들어 저 두 년놈을 쳐 죽여라!"
최 서방의 비명에 매수된 포구의 왈패 열댓 명이 몽둥이를 들고 우르르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칠 개월간 갯벌을 가르며 무쇠처럼 단련된 안 선주의 몸은 예전의 노인이 아니었습니다. 안 선주는 달려드는 왈패 두 놈의 멱살을 양손으로 가볍게 움켜쥐더니, 마치 볏짚 단 던지듯 바다로 휙 던져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선착장 기둥에 묶여 있던 어른 두 명 무게의 거대한 무쇠 닻(錨)을 한 손으로 번쩍 뽑아 들고 휘둘러, 최 서방과 박 선장의 코앞 바닥에 쾅! 하고 내리꽂았습니다.
바위 바닥이 박살 나며 파편이 튀자, 왈패들은 물론이요 최 서방과 박 선장은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오줌을 지렸습니다. 안 선주는 최 서방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얼굴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 배은망덕한 금수 같은 놈들아! 내가 네놈들의 흉계를 모를 줄 알았더냐! 지난 칠 개월간 이 소금이 낭자가 매질을 당해가며 나를 숨기고 함초와 갯벌로 내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느니라! 네놈들이 가로챈 만 냥의 어음을 당장 내놓고, 관아로 끌려가 능지처참을 당할 준비를 하라!"
최 서방과 박 선장은 피눈물을 흘리며 안 선주의 발등에 이마를 찧었습니다.
"장인어른! 제가 미쳤었습니다! 귀신에 홀려 천인공노할 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안 선주가 무쇠 같은 주먹으로 최 서방을 내려치려는 순간, 소금이가 조용히 안 선주의 팔을 붙잡으며 만류했습니다.
"어르신, 여기서 이 자들을 죽이거나 관아에 넘기시면, 아무 죄 없는 어르신의 외동따님께서 평생 살인자의 아내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야 하옵니다. 죽이는 것보다 더 무서운 벌은 스스로 땀 흘려 죄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오니, 당장 내쫓지 마시고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시옵소서."
소금이의 현명한 간언에 안 선주는 주먹을 거두고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명을 내렸습니다.
"들으라! 소금이 낭자의 자비로 네놈들의 목숨만은 붙여두겠다! 허나 오늘부로 최 서방과 박 선장의 모든 직위를 박탈한다! 앞으로 일 년간 가장 험한 염전 바닥에서 소금을 긁고 갯벌에서 굴을 따는 말단 노역꾼으로 일하며 네놈들의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뜯어고쳐라! 만약 하루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그날이 네놈들 제삿날이 될 것이다!"
※ 4: 새 안주인을 향한 딸의 적개심
선착장의 반란을 평정한 안 선주는 그 길로 포구 사람들을 모두 모아놓고,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회춘시켜 준 은인 소금이를 안씨 가문의 정식 안주인, 즉 정실부인으로 맞이하는 성대한 혼례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집안의 평화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산사에서 돌아온 안 선주의 외동딸 안 씨 부인이, 자신의 남편 최 서방은 염전 노역꾼으로 강등되어 피땀을 흘리는데 어제까지 염전 일꾼이던 자기 또래의 젊은 과부 소금이가 새어머니 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극심한 적개심을 품은 것입니다.
어느 날 아침, 새 안주인 소금이가 사위와 딸을 위해 정성껏 차린 아침상을 들고 사랑채로 가자, 딸 안 씨 부인은 밥상을 마당에 엎어버리며 독기 어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디서 천한 염전 과부 년이 안주인 행세를 하며 내 앞에 밥상을 들이미는 게냐! 네년이 요사스러운 꼬리질로 아버지의 눈을 멀게 하여 내 남편을 종놈으로 만들고 이 집안 재산을 통째로 삼키려는 수작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네년을 어머니로 부를 일 없으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라!"
마침 뒤따라오던 안 선주가 그 광경을 보고는 노발대발하여 딸의 뺨을 치려 달려들었습니다.
"네 이년! 네 남편 놈이 아비를 죽이려 한 죄는 생각지 않고, 아비를 살려낸 은인에게 그게 무슨 패륜적인 망발이냐! 당장 네 남편 놈과 함께 길거리로 나앉고 싶으냐!"
그러자 소금이가 재빨리 몸을 날려 안 선주의 앞을 가로막으며, 오히려 자신이 마당에 무릎을 꿇고 쏟아진 뜨거운 국물에 데인 손을 감추며 애원했습니다.
"서방님! 고정하시옵소서! 따님께서 저리 노하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옵니다. 어제까지 아랫것으로 부리던 저 같은 년이 하루아침에 어미 자리에 앉고 지아비는 소금밭에서 구르고 있으니, 따님의 가슴이 오죽이나 무너지겠사옵니까. 모두 제 부덕의 소치이오니, 부디 따님을 꾸짖지 마시옵소서."
그날 이후로 소금이는 안주인의 권위를 내세우기는커녕, 집안의 화목을 위해 눈물겨운 헌신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낮이면 뙤약볕이 내리쬐는 염전으로 직접 나가, 물집이 터져 피가 나는 손으로 소금을 긁고 있는 사위 최 서방과 박 선장에게 시원한 함초 미숫가루를 건네주고 상처에 남몰래 약을 발라주었습니다.
"최 서방님, 장인어른께서 겉으로는 호통을 치셔도 밤마다 서방님의 손이 부르튼 것을 보시며 남몰래 한숨을 쉬십니다. 조금만 더 참고 견디시면 반드시 서방님을 다시 품어주실 것이니 힘내시지요."
자신이 죽이려 했던 여인이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싸매주자, 최 서방은 마침내 교만했던 마음이 완전히 무너지며 염전 바닥에 엎드려 참회의 눈물을 쏟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해 가을, 마을에 독한 열병이 돌아 딸 안 씨 부인이 사경을 헤매며 쓰러졌습니다. 전염이 두려워 하인들조차 방 근처에 얼씬하지 못할 때, 소금이는 밤낮으로 딸의 방에 들어가 찬 물수건으로 열을 내리고 자신의 허벅지 살을 찔러 피를 내어 약에 타 먹이는 지극정성으로 열흘 만에 딸을 살려냈습니다.
의식을 되찾은 딸 안 씨 부인은, 자신의 머리맡에서 입술이 다 부르튼 채 쪽잠을 자고 있는 소금이의 거칠어진 손을 보며 마침내 오열을 터뜨렸습니다.
"어머니... 새어머니! 철없는 이 불효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눈이 멀어 천사 같은 어머니의 진심을 몰라보았습니다. 어머니!"
소금이는 눈물 흘리는 딸을 따뜻하게 품에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습니다. 원수 같던 갈등이 눈 녹듯 사라지고, 안씨 가문에 진정한 봄날의 화목이 찾아오는 순간이었습니다.
※ 5: 가업을 물려주고 맞이한 뜨거운 합궁
그로부터 일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염전 바닥에서 피땀을 흘리며 노동의 신성함과 장인의 노고를 뼈저리게 깨달은 사위 최 서방과 박 선장은, 이제 눈빛부터 완전히 달라진 성실하고 정직한 일꾼으로 거듭나 있었습니다. 안주인 소금이의 현명한 내조 덕분에 집안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어리굴젓과 함초 소금 장사는 이전보다 세 배나 더 크게 번창했습니다.
집안이 완벽하게 안정되던 날 저녁, 안 선주는 대청마루에 딸과 사위, 그리고 박 선장과 모든 시전 행수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안 선주는 궤짝에서 어리굴젓 상단의 모든 권리증과 소금배 열 척의 선박 문서, 그리고 곳간 열쇠를 꺼내어 사위 최 서방과 딸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최 서방, 그리고 내 딸아. 지난 일 년 동안 너희가 흘린 참회의 땀방울과 새어머니를 향한 효심을 내가 똑똑히 보았느니라. 이제 너희는 재물의 무게를 이겨낼 그릇이 되었다. 오늘부로 나는 이 간월도의 어리굴젓 상단과 소금배 열 척, 그리고 이 본채 기와집까지 너희 내외에게 모두 물려주겠노라!"
최 서방과 딸은 깜짝 놀라 펄쩍 뛰며 만류했습니다.
"장인어른!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이제 막 사십 대 청년처럼 회춘하시어 백 년은 더 상단을 이끄셔야 하온데, 어찌 벌써 가업을 물려주신단 말씀이옵니까!"
안 선주는 옆에 앉은 아내 소금이의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하하하! 내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나 보니, 평생 돈주머니를 움켜쥐고 아등바등 사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느니라. 이 모든 것은 내 현명한 아내 소금이의 뜻이기도 하다. 너희가 화목하게 가업을 잇는 것을 보았으니, 이제 나는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고 내 아내와 함께 오롯이 둘만의 제2의 인생을 떠나려 하노라!"
사위와 딸, 그리고 박 선장은 바닥에 엎드려 두 어른의 크나큰 덕망에 감격의 큰절을 올렸습니다.
그날 밤, 그간 집안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미루어 두었던 안 선주와 소금이의 진정한 첫날밤, 즉 대망의 합궁(合宮)이 바닷가 별채 신방에서 치러졌습니다. 방 안에는 서해의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붉은 원앙 금침 위에는 고운 명주 속적삼 차림의 소금이가 달빛을 머금은 해당화처럼 부끄럽게 앉아 있었습니다.
일 년 넘게 함초와 낙지, 천일염과 갯벌 단련으로 다져진 안 선주의 몸은, 예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근육 하나하나가 살아 꿈틀거리는 사십 대 장정의 정점(頂點)에 올라 있었습니다. 안 선주는 타오르는 눈빛으로 소금이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신의 뜨거운 가슴으로 끌어당겼습니다.
"부인... 나를 살려내고, 내 망나니 같던 사위를 사람으로 만들고, 내 집안을 이토록 평화롭게 구원해 준 나의 여신(女神)이여. 지난 세월 동안 집안 문제로 그대를 제대로 품지 못해 내 가슴이 타들어 가는 줄 알았소. 오늘 밤, 그대가 빚어낸 이 사내의 뜨거운 정열을 남김없이 받아주시오."
소금이는 안 선주의 우람하고 단단한 가슴에 손을 얹으며 수줍게 눈을 감았습니다.
"서방님... 소녀의 몸과 마음은 오직 서방님 한 분만을 위해 존재하옵니다. 오늘 밤, 서방님의 품에서 진정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사옵니다."
촛불이 꺼지자, 신방 안에는 두 사람의 거칠고도 달콤한 숨소리가 폭풍우처럼 몰아쳤습니다. 함초로 맑아진 혈관과 갯벌로 단련된 안 선주의 강인한 허리 힘은 밤이 새도록 지칠 줄을 몰랐고, 소금이는 평생 처음 겪어보는 황홀하고도 벅찬 사랑의 환희에 젖어 안 선주의 등을 깊이 끌어안았습니다. 고통과 시련의 세월을 모두 보상받는, 실로 눈부시고도 뜨거운 황혼 회춘의 합궁이었습니다.
※ 6: 만선의 깃발을 올리고
새벽녘, 뜨거운 사랑의 파도가 잦아든 이부자리 속에서 안 선주는 자신의 팔베개 위에 평화롭게 누워 있는 소금이의 땀 젖은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여보, 내 평생 만선의 깃발을 수백 번도 더 올려보았지만, 오늘 밤 그대와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합친 이 순간이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만선이구려. 이제 재산도 욕심도 다 자식들에게 넘겨주었으니, 우리 두 사람은 한 마리 갈매기처럼 자유롭게 날아가 봅시다."
"서방님, 소녀는 서방님과 함께라면 그곳이 초가삼간이든 무인도이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안주인이옵니다."
며칠 뒤, 안 선주와 소금이는 사위와 딸 내외, 그리고 포구 백성들의 뜨거운 배웅을 받으며 간월도 본채를 떠나, 경치 좋기로 소문난 태안 반도 남쪽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언덕에 아담하고 정갈한 기와집을 짓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거상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안 선주는 매일 아침 아내 소금이와 손을 잡고 해변과 갯벌을 산책하며 건강을 다졌고, 소금이가 개발한 '구운 함초 약소금' 비법을 가난한 염부들에게 무료로 전수해 주며 덕을 베풀었습니다. 사위 최 서방은 장인의 가르침을 받들어 어리굴젓 상단을 정직하게 운영하며 매달 초하루면 아내와 함께 산해진미를 바리바리 싸 들고 찾아와 문안을 올렸으니, 집안의 화목함은 조선 팔도에 효와 의리의 귀감으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더욱이 놀라운 일은 그 이듬해 봄에 일어났습니다. 예순두 살의 안 선주와 서른한 살의 소금이 사이에서, 우렁찬 울음소리로 바닷가를 뒤흔드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이 태어난 것입니다!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마루에서, 사십 대처럼 젊고 늠름한 안 선주가 갓 태어난 아들을 번쩍 안아 올리며 껄껄 웃자, 옆에 앉은 소금이의 얼굴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하하하! 여보, 보시오! 이 녀석 허벅지 튼튼한 것 좀 보시오! 역시 갯벌의 산삼 함초와 그대의 사랑이 빚어낸 복덩이가 틀림없구려!"
"서방님, 우리 아기 자랄 때까지 서방님께서는 지금처럼 백 살까지 청춘으로 사셔야 하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찾아온 위기를 지혜와 인내로 극복하고, 원수를 은혜로 교화시켜 가문을 구원한 뒤 맞이한 안 선주와 소금이의 찬란한 황혼 로맨스는, 《성옹지소록》의 기이한 기록과 함께 오늘날까지도 듣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고 유쾌하게 만드는 전설로 전해 내려오고 있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들려드린 서산 안 선주와 소금이의 파란만장한 황혼 회춘 로맨스, 손에 땀을 쥐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사위의 모진 치료 방해와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초와 갯벌 운동으로 기적을 일구어낸 두 사람의 의지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특히 회춘 후 피의 복수 대신 사위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새 안주인의 눈물겨운 내조로 집안을 화목하게 만든 뒤 모든 것을 물려주고 떠난 제2의 인생이야말로 진정한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잊지 마시고요, 여러분의 따뜻한 댓글을 기다리겠습니다. 늘 청춘처럼 건강하고 복된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