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고도 답안지 놓지 않은 선비 《청구야담》
베이고도 답안지 놓지 않은 선비 《청구야담》 임금이 특별 급제를 내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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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칼끝이 옆구리를 파고드는데도 선비는 답안지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 종이에는 가난한 아내가 바느질로 마련한 노잣돈과 십 년의 세월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붙잡힌 무뢰배의 품에서 시험관의 이름이 적힌 밀서가 발견되면서, 단순한 답안지 강탈 사건은 조정을 뒤흔들 거대한 과거 비리로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 1: 석 냥에 걸린 십 년
충청도 진천의 낮은 산자락 아래, 비가 오면 처마보다 방 안에서 먼저 빗소리가 나는 초가집 한 채가 있었다. 지붕은 군데군데 내려앉았고 마당의 장독은 금이 가 삼베끈으로 동여매 놓았다. 사람들은 그 집을 볼 때마다 곧 허물어질 것이라 수군거렸다.
그러나 새벽이 되면 그 안에서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름에는 닭이 울기 전부터, 겨울에는 서리가 창호지에 하얗게 앉을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는 소리였다.
집주인은 서른두 살의 선비 박경규였다. 증조부 때만 해도 제법 많은 땅을 가진 양반 집안이었으나, 할아버지가 역병과 흉년을 겪으며 재산을 거의 잃었다. 아버지 박정문은 고을 아전의 장부 조작을 고발했다가 도리어 누명을 쓰고 관직에서 쫓겨났다. 그 뒤 화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며 아들에게 낡은 벼루 하나를 남겼다.
“사람이 붓을 잡았으면 힘 있는 자의 이름이 아니라 옳은 말을 써야 한다. 글을 팔아 배를 채우지 말고, 글로 굶주린 사람의 사정을 밝히거라.”
경규는 그 유언을 가슴에 새기고 십 년 동안 과거를 준비했다. 머리는 비상했다. 한 번 읽은 문장은 잊지 않았고, 어려운 시제가 나오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논리를 펼쳤다. 향시에서 그의 글을 본 훈장은 장원감이라 칭찬했다.
하지만 한양에서 치른 과거에서는 세 번이나 떨어졌다.
첫 번째에는 답안지를 제출하러 가던 중 누군가 일부러 먹물을 쏟았다. 두 번째에는 분명 자신의 글씨였던 답안이 채점 명단에서 사라졌다. 세 번째에는 시험관 앞까지 가져간 시권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제출되었다는 소문을 뒤늦게 들었다.
증거는 없었다. 돈도 연줄도 없는 경규가 관아에 억울함을 호소해 봐야 돌아오는 것은 조롱뿐이었다.
“떨어진 선비들이 언제나 하는 말이지. 실력이 부족한 자일수록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법이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경규는 이를 악물고 돌아왔다. 억울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붓을 꺾는 순간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 준 아버지의 삶마저 잘못된 것이 될 것 같았다.
네 번째 과거를 앞둔 밤, 경규는 등잔 앞에서 마지막 연습문을 쓰고 있었다. 기름이 거의 떨어져 불꽃은 콩알만 했고, 갈라진 창호지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왔다.
아내 윤씨가 바느질감을 내려놓고 등잔 심지를 살짝 줄였다. 그녀의 손끝에는 바늘에 찔린 상처가 수없이 남아 있었다.
“내일 새벽에 떠나시는 것이지요?”
“그렇소.”
“이번 과거에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보니 종이와 먹값까지 합쳐 적어도 석 냥은 필요하다 하더군요.”
경규의 붓이 멈췄다. 집 안에는 동전 몇 푼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지막 논은 지난겨울 어머니의 약값으로 팔았고, 이웃에게 빌릴 만한 물건도 없었다.
“이번에는 가지 않겠소.”
그 말은 태연했지만 붓을 쥔 손등의 힘줄이 파랗게 솟았다.
“내년에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오.”
윤씨는 말없이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작은 비단주머니 하나를 가져와 남편 앞에 놓았다. 주머니가 바닥에 닿자 묵직한 쇳소리가 났다.
“열어 보세요.”
안에는 은전과 엽전이 섞여 정확히 석 냥이 들어 있었다.
“이 돈이 어디서 났소?”
“혼인할 때 어머니께서 주신 은비녀를 팔았습니다.”
경규의 얼굴이 굳었다. 윤씨가 가진 유일한 패물이자 친정어머니의 유품이었다.
“그것을 어찌 내다 팔았소? 당장 되찾아오시오.”
“이미 다른 고을 상인에게 넘어갔습니다.”
“내 과거가 당신 어머니의 유품보다 귀하단 말이오?”
윤씨는 대답 대신 남편의 낡은 소매를 꿰매기 시작했다. 바늘을 밀어 넣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비녀는 제 머리를 꾸미는 물건이지만, 서방님의 글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 줄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 더 귀한지 저는 이미 정했습니다.”
경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등잔불 너머로 아내의 야윈 얼굴이 흐릿하게 번졌다.
윤씨가 바느질을 마친 두루마기를 내밀었다.
“대신 약속해 주세요. 급제하지 못해도 괜찮으니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겠다고요.”
“과거를 보러 가는데 목숨을 걱정하다니, 무슨 말이오?”
“지난 장날에 한양에서 온 상인이 말했습니다. 과거 시험장에서 답안을 빼앗는 무뢰배들이 칼까지 품고 다닌다고요. 서방님은 옳지 않은 일을 보면 참지 못하시니 그것이 두렵습니다.”
경규는 웃어 보이려 했지만 아내의 눈빛이 너무 진지해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검객도 아닌데 누구와 싸우겠소. 조심하리다.”
그날 경규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 아버지가 남긴 벼루와 아내가 마련한 석 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내 답안이 사라진다면 과연 모른 척할 수 있을까?'
다음 날 새벽, 경규는 벼루와 붓 세 자루, 먹 한 자루를 보자기에 넣었다. 윤씨는 좁쌀과 보리를 섞어 만든 주먹밥 여섯 개를 싸 주었다. 작별 인사를 마친 경규가 사립문을 나서려는데 윤씨가 달려와 그의 등을 힘껏 두드렸다.
“이 손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돌아오세요.”
경규는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눈물을 보이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한양까지 이백 리였다. 첫날에는 비가 내렸고, 둘째 날에는 짚신 끈이 끊어졌다. 셋째 날부터 발바닥의 물집이 터졌지만 그는 헝겊을 감고 계속 걸었다.
닷새째 저녁, 숭례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다. 저물어 가는 도성 위로 수천 채의 지붕이 물결처럼 이어져 있었다. 팔도에서 몰려온 수험생들이 성문 안으로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경규는 아내가 꿰매 준 소매를 쓸어내렸다.
“급제하지 못해도 살아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지.”
그러나 그의 눈에는 다른 결심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 글만큼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
그 순간 언덕 아래의 주막 처마 밑에서 검은 두건을 쓴 사내가 경규를 올려다보았다. 사내는 품에서 명단 하나를 꺼내 경규의 얼굴과 대조했다.
명단의 세 번째 줄에는 박경규라는 이름과 함께 짤막한 글이 적혀 있었다.
충청도 향시 수석. 돈 없음. 호위 없음. 반드시 시권을 확보할 것.
※ 2: 답안지를 사냥하는 자들
과거를 앞둔 한양은 학문의 도성이 아니라 거대한 장터처럼 보였다. 성균관과 반촌 주변에는 팔도에서 올라온 유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들었다. 주막 주인들은 평소의 네 배가 넘는 방값을 불렀고, 종이와 먹을 파는 상인들은 질 낮은 물건을 귀한 당지라 속여 팔았다.
거리 한쪽에서는 낯선 사내가 유생들의 소매를 붙잡았다.
“이번 시제는 백성의 근본에 관한 논설이오. 닷 냥만 내면 예상 답안까지 드리겠소.”
다른 골목에서는 글 잘 쓰는 선비에게 대리 답안을 청하는 자들이 줄을 섰다. 돈 많은 집안의 자제들은 하인을 시켜 시험장 앞자리를 차지하게 했고, 가난한 유생들은 밤새 담장 아래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경규는 방을 구할 수 없어 성균관 뒤편 느티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보따리를 베개로 삼으려는데 먼저 누워 있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굵은 손마디를 지닌 사십대 선비였다.
“혹시 충청도에서 오셨소?”
“어찌 아셨습니까?”
“짚신에 묻은 흙빛이 붉지 않소. 충청도 남쪽 길의 흙이 저렇지.”
그는 전라도 나주에서 온 최문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과거를 준비했고, 이번이 다섯 번째 도전이라 했다.
“나는 박경규라 합니다.”
이름을 들은 문석의 표정이 달라졌다.
“지난 충청도 향시에서 민생책을 지어 수석한 박경규가 그대요?”
“수석이라 해 봐야 본시험에서는 세 번 떨어졌습니다.”
“그럴 리가 없소. 그대의 글을 베껴 읽은 적이 있는데 문장이 매우 단단했소.”
문석은 주변을 살핀 뒤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답안을 빼앗긴 적은 없었소?”
경규가 세 번째 시험에서 겪은 일을 말하자 문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랬군. 요즘 시험장에는 시권 사냥꾼이라는 자들이 있소.”
그들은 글 솜씨가 좋은 가난한 선비를 미리 조사했다. 시험 당일 목표물 가까이에 앉아 답안을 베끼거나, 글이 완성되면 폭력으로 빼앗았다. 빼앗은 답안에는 세도가 자제의 이름을 써서 제출했다.
경규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천 명이 보는 앞에서 그런 짓을 한다는 말이오?”
“사람이 많으니 오히려 쉬운 것이오. 여기저기서 떠들고 밀치는 동안 한 사람의 답안이 사라지는 것을 누가 알아보겠소? 경비 군관 중에도 돈을 받은 자가 있다 하오.”
“시험관들은 무엇을 하는 겁니까?”
“모르는 자도 있고, 알고도 모른 척하는 자도 있겠지. 더 두려운 것은 시험관까지 한패일 가능성이오.”
문석은 지난 과거에서 직접 본 일을 들려주었다. 경상도에서 온 젊은 유생이 답안을 빼앗겼다고 울부짖었으나, 경비 군관들은 오히려 그를 난동꾼으로 몰아 끌어냈다. 유생은 이후 억울함을 호소하다 곤장을 맞고 다리를 절게 되었다.
“그대는 향시 수석으로 이름이 알려졌소. 돈도 없고 뒤를 봐줄 사람도 없으니 놈들에게는 가장 좋은 먹잇감이오.”
경규는 자신도 모르게 소매 안의 석 냥을 움켜쥐었다. 그것은 은비녀와 맞바꾼 돈이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시험장 근처를 살피러 나갔다. 골목 끝 허름한 주막 앞을 지나는데, 안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박경규라는 자는 내 옆에 앉힌다.”
경규와 문석은 담장 그림자에 몸을 숨겼다. 창호지에 사내 넷의 그림자가 비쳤다.
“그놈이 답안을 다 쓰면 소란을 만들어라. 칼을 보이면 겁을 먹고 내놓겠지.”
“만일 버티면 어찌합니까?”
“팔 하나쯤 그어 놓아. 그래도 놓지 않으면 난동을 부린 것으로 몰아 끌어내면 된다.”
“경비 군관들이 달려오지 않겠습니까?”
“동문 쪽 군관 둘에게 이미 돈을 먹였다. 걱정하지 마라.”
이어 묵직한 주머니가 탁자 위에 놓이는 소리가 났다.
“답안을 가져오면 은자 스무 냥이다. 이름은 한성부 장 판서 댁 둘째 도련님으로 바꿔 적는다.”
경규가 뛰어들려 하자 문석이 급히 팔을 붙잡았다.
“지금 들어가면 우리만 죽소. 얼굴을 확인하고 증거를 찾아야 하오.”
두 사람은 창호지의 찢어진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석에는 얼굴에 긴 흉터가 난 거구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마천수로, 종로의 도박장과 밀주점을 거느린 무뢰배였다.
그 맞은편에는 유생 차림의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 비단 두루마기와 옥가락지를 착용했지만 붓을 쥔 손이 아니라 활과 칼을 익힌 손이었다.
젊은이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박경규의 얼굴을 모르는데 어찌 옆자리를 잡습니까?”
마천수가 종이 한 장을 펼쳤다. 그것은 경규가 충청도 향시에서 제출했던 답안 일부였다. 오른쪽 아래에는 시험장에서 배정될 자리까지 적혀 있었다.
경규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본시험 자리 배정은 시험 당일 아침에야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무뢰배들은 이미 그의 자리를 알고 있었다.
'시험장 안에 이자들을 돕는 자가 있다.'
그때 주막 주인이 등불을 들고 뒷문으로 나왔다. 경규와 문석은 급히 장작더미 뒤로 숨었다. 그러나 문석의 발밑에서 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마천수의 부하들이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누구냐!”
두 사람은 골목 끝을 향해 달렸다. 뒤에서 비수가 날아와 경규의 갓끈을 끊었다. 문석은 골목에 쌓인 나무통을 걷어차 추격자들의 길을 막았다.
둘은 반촌의 복잡한 골목을 몇 번이나 돌아 겨우 따돌렸다. 숨을 고른 문석은 경규의 어깨를 붙잡았다.
“내일 시험장에 들어가지 마시오. 놈들은 그대가 누구인지도, 어디에 앉는지도 알고 있소.”
“들어가지 않으면 놈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오.”
“답안지 때문에 목숨을 버릴 셈이오?”
“그 종이는 단순한 답안지가 아니오. 놈들이 내 글을 빼앗아 권세가의 이름으로 제출한다면, 언젠가 그자가 백성을 다스리는 벼슬에 오를 것이오. 글을 훔친 자가 고을을 맡으면 백성의 재물과 목숨도 훔칠 것이 아니겠소?”
문석은 더 말리지 못했다.
경규는 끊어진 갓끈을 매듭지으며 말했다.
“내일 그들이 내 답안을 노릴 것이오. 그렇다면 우리도 놈들의 죄를 밝힐 증거를 잡읍시다.”
문석은 잠시 생각하다 품에서 작은 빈 쪽지 두 장을 꺼냈다.
“답안을 두 장으로 나누어 쓰시오. 겉에 보이는 종이는 미끼로 쓰고, 진짜 결론은 소매 안쪽에 숨기는 것이오.”
“그러다 발각되면 부정행위로 몰릴 수 있소.”
“칼을 든 자들과 싸우려면 우리도 꾀 하나쯤은 품어야 하지 않겠소?”
두 사람은 느티나무 아래로 돌아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골목 지붕 위에는 검은 두건의 사내가 엎드려 있었다.
사내는 두 사람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그는 곧장 시험관들이 머무는 관사로 향했다.
관사 뒷문이 열리자 비단 관복을 입은 관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경규가 우리의 계획을 눈치챘습니다.”
관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차갑게 말했다.
“그렇다면 답안지만 빼앗지 말고, 시험장에서 영원히 입을 막아라.”
※ 3: 먹물이 마르기 전에
시험 날 새벽, 성균관 앞에는 횃불이 대낮처럼 타올랐다. 팔도에서 몰려온 유생 수천 명이 담장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밀쳤고, 하인들은 주인의 책상과 돗자리를 들고 고함을 질렀다.
경규와 문석은 입구에서 몸수색을 받았다. 붓과 먹, 벼루 외에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지만 검사는 허술했다. 돈을 건넨 유생은 소매조차 살피지 않았고, 가난해 보이는 유생의 보따리는 몇 번씩 뒤집었다.
경규의 차례가 되자 군관 하나가 유난히 오래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날 마천수가 돈을 먹였다고 말한 동문 쪽 군관이었다.
“충청도 박경규?”
“그렇소.”
군관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안으로 들여보냈다.
넓은 뜰에는 수천 개의 소반이 놓여 있었다. 경규가 배정받은 자리로 가자 전날 주막에서 보았던 젊은이가 이미 옆에 앉아 있었다. 유생 차림을 했지만 먹을 가는 법도 몰라 먹을 거꾸로 잡고 있었다.
젊은이가 히죽 웃었다.
“우연히 또 만났군.”
경규는 대꾸하지 않고 벼루를 꺼냈다. 문석은 다섯 줄쯤 떨어진 곳에 앉았다.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세 번 울렸다.
높은 단상에 앉은 시험관이 시제를 공개했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인 이유를 논하고, 위정자가 지켜야 할 도리를 밝히라.”
경규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지난 십 년 동안 가장 많이 고민한 주제였다. 굶주린 농민과 억울한 아버지, 자신의 답안을 빼앗아 간 부정한 권세까지 모두 이 시제 안에 담을 수 있었다.
먹을 머금은 붓이 종이 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성은 물과 같고 위정자는 그 물 위에 뜬 배와 같다. 배는 자신이 물을 가른다고 생각하지만, 물이 없으면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다. 백성의 목소리를 막는 자는 나라의 귀를 자르는 자이며, 공정한 길을 돈과 권세로 막는 자는 나라의 기둥을 속부터 썩게 하는 자다.
경규의 문장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주변 유생들은 자기 글을 쓰다 말고 슬쩍 그의 답안을 바라보았다. 옆자리 젊은이는 붓을 들지도 않은 채 경규의 글만 훔쳐보고 있었다.
해가 중천을 지나자 경규는 답안의 결론을 별도의 작은 종이에 썼다. 문석과 약속한 대로 본문 아래에는 평범한 결론을 적고, 진짜 마지막 문단은 왼쪽 소매 안에 감추었다.
그때 옆자리 젊은이가 낮게 말했다.
“그만 쓰고 넘겨라.”
“무엇을 말이오?”
“네 시권 말이다. 조용히 넘기면 은자 다섯 냥을 주겠다.”
“남의 글을 훔쳐 얻은 벼슬로 무엇을 하려는가?”
“벼슬은 글 잘 쓰는 자가 아니라, 가질 힘이 있는 자가 갖는 것이다.”
젊은이가 소매를 살짝 들자 비수의 끝이 보였다.
“네가 가진 것은 글재주뿐이고, 나는 네 목숨을 끊을 칼을 가졌다. 어느 쪽이 더 힘이 센지 생각해 보아라.”
경규는 아내가 꿰매 준 소매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마지막 문단과 함께 아내의 은비녀를 팔아 마련한 노잣돈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글을 훔치는 자에게 백성을 다스릴 자격은 없다.”
“자격은 급제한 뒤에 따지는 것이다.”
비수의 끝이 경규의 옆구리를 눌렀다. 조금만 힘을 주면 옷을 뚫고 살을 파고들 거리였다.
주변 유생들은 눈치를 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괜히 휘말리면 답안이 무효가 될 수 있었다. 단상 위 시험관들은 다른 곳을 바라보았고, 경규를 검사했던 군관은 소란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젊은이가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었다.
“시권을 놓아라.”
경규는 답안을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싫다.”
젊은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수가 번개처럼 움직이며 경규의 왼팔을 그었다. 소매가 찢어지고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 핏방울이 답안 위로 떨어져 검은 글자 사이에서 붉게 번졌다.
경규는 비명을 삼키고 벼루를 들어 젊은이의 손목을 내리쳤다. 돌과 뼈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비수가 돗자리 위로 떨어졌다.
“칼이다!”
누군가 외치는 순간 시험장 뒤편에서 사내 둘이 달려왔다. 한 사람은 경규의 머리채를 잡았고, 다른 사람은 답안을 빼앗으려 했다.
경규는 소반을 걷어차 한 명의 정강이를 때렸다. 그러나 뒤에서 날아온 주먹에 이마를 맞고 쓰러졌다. 눈썹 위가 찢어지며 피가 눈으로 흘러들었다.
시야가 붉게 변했다. 머릿속에서는 아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급제하지 못해도 괜찮으니 살아서 돌아오세요.”
'미안하오. 하지만 이것을 놓으면 살아 돌아가도 내가 아니오.'
경규는 바닥을 구르면서도 오른손의 답안지를 놓지 않았다. 무뢰배 한 명이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꺾으려 했다.
“놓아! 이 미친놈아!”
“이 손을 자르기 전에는 못 가져간다.”
문석이 사람들을 밀치고 달려와 무뢰배의 허리를 들이받았다. 두 사람이 소반 위로 함께 넘어졌다. 먹물이 사방으로 튀고 유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시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뢰배들이 칼을 뽑자 유생들이 출구로 몰렸다. 넘어진 소반과 찢어진 답안지가 발밑에서 짓밟혔다.
경규를 처음 공격한 젊은이가 다시 비수를 집어 들었다. 그는 답안이 아니라 경규의 가슴을 노렸다. 단순한 강탈이 아니라 입을 막으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칼날이 경규를 향해 내리꽂히는 순간, 문석이 몸을 던져 젊은이의 팔을 붙잡았다. 칼끝이 방향을 틀어 문석의 어깨를 깊이 찔렀다.
“최 형!”
문석은 피를 쏟으면서도 팔을 놓지 않았다.
“답안을 지키시오. 그대의 글이 놈들의 죄를 밝힐 것이오.”
경규는 부러진 소반 다리를 집어 젊은이의 손등을 내리쳤다. 비수가 다시 떨어졌다. 그제야 정직한 군관 몇 명이 달려와 무뢰배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돈을 받은 군관은 경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유생이 먼저 난동을 일으켰다! 놈을 묶고 답안도 압수하라!”
군관 둘이 경규에게 달려들었다. 경규는 피 묻은 답안을 품에 감추고 뒷걸음질을 쳤다.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단상 위에서 노한 목소리가 시험장을 울렸다.
“모두 칼을 내려놓아라!”
시험을 주관하는 대사성이 직접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금군들이 줄지어 따랐다. 매수된 군관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붙잡힌 젊은이가 달아나려 하자 품속에서 봉인된 서찰 하나가 떨어졌다. 대사성이 서찰을 집어 봉인을 확인했다. 봉인에는 현직 예조 참판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서찰 안에는 경규의 자리 번호와 함께 명령이 적혀 있었다.
박경규의 시권을 빼앗을 것. 실패하면 시험장 안에서 제거할 것. 죽더라도 난동 중 사고로 처리할 것.
대사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단상 위 시험관들을 훑었다. 그중 한 관리가 아무도 모르게 뒷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자를 잡아라!”
금군들이 달려가자 관리는 품에서 작은 장부를 꺼내 화로에 던졌다. 불길이 종이를 집어삼키기 직전, 피투성이가 된 경규가 몸을 날렸다.
그의 손이 타오르는 장부를 움켜쥐었다.
불길이 손바닥을 태우고 있었지만 경규는 놓지 않았다.
그 장부에는 지난 십 년간 과거 시험에서 답안지를 빼앗긴 선비들과, 그 답안으로 급제한 권세가 자제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줄에는 경규가 세 번째 과거에서 잃어버렸던 답안의 행방도 기록되어 있었다.
※ 4: 피로 찍힌 마지막 글자
불붙은 장부를 낚아챈 경규의 손바닥에서 살 타는 냄새가 났다. 대사성이 급히 소매로 불을 덮었고 금군이 물을 끼얹었다. 장부 가장자리는 검게 타 버렸지만, 안쪽에 적힌 이름과 금액은 상당 부분 남아 있었다.
“의원을 불러라! 부상자를 옮기고 시험장 문을 모두 잠가라. 한 사람도 내보내지 마라!”
대사성의 명령에 금군들이 출입문을 봉쇄했다. 달아나던 시험관은 붙잡혔고, 매수된 군관들도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뜰에는 찢어진 답안지와 부러진 붓, 엎질러진 먹물이 전쟁터의 잔해처럼 흩어져 있었다.
경규는 답안을 가슴에 안은 채 문석에게 기어갔다. 어깨에 박힌 비수를 뽑아낸 문석은 의원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다행히 칼날이 뼈를 비껴갔다.
“최 형, 정신을 차리시오.”
문석이 힘겹게 눈을 떴다.
“답안은 지켰소?”
경규가 피 묻은 종이를 보여 주자 문석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됐소. 전라도에서 여기까지 걸어온 보람이 있군.”
“내 답안 때문에 최 형이 죽을 뻔했습니다.”
“그대의 답안만 지킨 것이 아니오. 우리 같은 선비들이 다시는 글을 빼앗기지 않을 권리를 지킨 것이지.”
의원들이 문석을 들것에 실어 옮겼다. 경규도 치료받으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고개를 저었다. 왼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오른손에는 화상이 생겼지만, 소매 속에 감춘 마지막 문단을 아직 답안에 옮기지 못했다.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사성이 경규를 바라보았다.
“이 난리가 벌어졌는데도 글을 마치겠다는 것이냐?”
“북이 네 번 울리기 전까지는 시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붓을 쥘 손도 온전하지 않지 않느냐?”
경규는 화상을 입은 오른손으로 붓을 들어 보였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놓지는 않았다.
“칼을 맞고도 지킨 답안입니다. 끝맺지 못하면 빼앗긴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사성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경규 앞에 새 소반을 놓게 했다.
“시험 시간을 더 주지는 않겠다. 그러나 남은 시간까지 글을 쓸 권리는 지켜 주겠다.”
시험이 재개되었다. 겁에 질린 유생들이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누구도 붓을 쉽게 들지 못했다. 모두의 시선이 피투성이가 된 경규에게 모였다.
경규는 소매 안에 숨겨 두었던 작은 종이를 펼쳤다. 마지막 문단을 답안으로 옮기려 했으나 화상 입은 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붓끝이 종이 위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졌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그는 오른손에 천을 감고 붓을 묶었다. 먹을 찍을 때마다 손바닥의 화상이 터져 피가 배어 나왔다. 검은 먹과 붉은 피가 붓대를 타고 함께 흘렀다.
백성에게 공정한 길을 열지 않는 나라는 스스로 문을 잠근 집과 같다. 힘 있는 자가 남의 재주를 빼앗아 벼슬에 오르고, 힘없는 자가 억울함을 말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는 이미 도적에게 곳간의 열쇠를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마지막 문장을 쓰려는 순간 종료를 알리는 북채가 올라갔다. 경규는 남은 힘을 쥐어짜 붓을 움직였다.
위정자는 백성에게 충성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백성이 믿을 수 있는 공정을 보여야 한다.
마침표처럼 마지막 핏방울이 종이 위에 떨어졌다.
둥!
북소리와 함께 경규의 붓도 쓰러졌다. 그는 답안을 두 손으로 들어 감독관에게 내밀었다.
“충청도 유생 박경규, 시권을 제출합니다.”
시험장에 있던 유생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가 먼저 허리를 숙였고, 곧 수백 명이 경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글을 잘 쓴 선비에게 보내는 인사가 아니라, 자신들이 하지 못한 일을 대신한 사람에게 바치는 경의였다.
경규는 그제야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눈을 떴을 때는 성균관의 임시 의방이었다. 왼팔과 오른손에는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고, 이마의 상처도 꿰매져 있었다. 옆자리에는 문석이 누워 있었다.
“살아 있었군.”
문석의 말에 경규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내에게 살아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으니 지켜야지요.”
문이 열리고 대사성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반쯤 탄 장부와 봉인된 서찰이 들려 있었다.
“잡힌 자들이 입을 열었다. 네 답안을 노린 유생은 예조 참판 장세륜의 둘째 아들 장승호다. 글재주는 없으나 이번 과거에 반드시 급제해야 했다고 하더구나.”
장세륜은 과거 시험을 관리하는 예조의 고관이었다. 그는 아들을 급제시키기 위해 시험관과 군관을 매수하고 무뢰배 마천수를 고용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같은 수법이 십 년 넘게 이어졌다는 점이었다.
“이 장부에만 답안을 빼앗긴 선비가 스물일곱 명이다. 그중 열한 명의 답안으로 다른 자들이 급제했다.”
경규가 이를 악물었다.
“그자들이 지금도 벼슬을 하고 있습니까?”
“현령과 감찰, 심지어 백성의 송사를 판단하는 관리도 있다.”
남의 글을 훔친 자들이 백성의 옳고 그름을 판결하고 있었다. 경규는 팔의 통증도 잊은 채 몸을 일으켰다.
“이 사실을 모두 밝혀야 합니다.”
“그리하면 조정의 대신들과 여러 명문가가 한꺼번에 다칠 것이다. 진실을 덮으려는 자들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수도 있다.”
“칼을 든 자 앞에서도 답안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 이름 몇 자가 두려워 진실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대사성은 말없이 경규를 바라보다 품에서 피 묻은 답안을 꺼냈다.
“네 시권은 시험관 전원이 으뜸으로 뽑았다. 하지만 시험 중 칼부림과 조직적인 부정이 드러난 이상 이번 과거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규의 눈빛이 흔들렸다. 목숨을 걸고 완성한 답안이 또다시 사라질 운명이었다.
대사성은 시권을 소중히 접었다.
“그러나 이 글과 장부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일 새벽, 내가 직접 어전에 올릴 것이다.”
그날 밤, 궁궐로 향하던 대사성의 가마를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이 에워쌌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피 묻은 답안과 과거 비리 장부였다.
※ 5: 임금 앞에 놓인 시권
복면인들이 가마 문을 열었을 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리 위에는 낡은 경전 한 권만 놓여 있었다. 대사성은 습격을 예상하고 이미 뒷길로 궁궐에 들어간 뒤였다.
날이 밝자 장세륜은 다급히 궁궐로 향했다. 그는 임금 앞에 나아가기도 전에 다른 대신들에게 경규가 시험장에서 먼저 난동을 일으켰다고 퍼뜨렸다.
“가난에 원한을 품은 유생이 시험을 망치려고 칼을 가져왔습니다. 붙잡힌 자들이 고문을 견디지 못해 거짓으로 제 아들의 이름을 댄 것입니다.”
장세륜의 집안과 혼맥으로 얽힌 대신들이 맞장구쳤다. 일개 유생의 주장 때문에 예조의 고관과 여러 관리의 명예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사성이 피 묻은 시권과 반쯤 탄 장부를 어전에 내놓자 대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장부에는 장세륜이 시험관들에게 보낸 은자의 액수와 빼앗을 답안의 주인이 기록되어 있었다. 어떤 답안이 누구의 이름으로 바뀌었는지도 상세히 적혀 있었다.
임금은 피 묻은 시권을 오랫동안 읽었다. 검은 글씨 사이로 붉은 흔적이 매화처럼 번져 있었고, 종이 한쪽에는 경규가 칼을 막다 쥐어뜯긴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글을 쓴 유생을 들라.”
경규는 붕대를 감은 채 대전에 들어섰다. 새 옷이 없어 피를 씻어 낸 두루마기를 다시 입었지만, 소매와 가슴에는 지워지지 않은 갈색 얼룩이 남아 있었다.
그는 차가운 바닥에 엎드렸다.
“충청도 유생 박경규, 전하를 뵙사옵니다.”
“고개를 들라.”
경규가 조심스럽게 눈을 들었다. 옥좌에 앉은 임금의 손에는 자신의 답안이 들려 있었다.
“네가 칼을 맞으면서도 이 시권을 놓지 않았다고 들었다. 종이 한 장이 목숨보다 귀했느냐?”
“목숨보다 귀한 종이는 아니옵니다. 하지만 그 종이를 빼앗기고도 살아남는다면, 소인은 남은 평생 스스로를 선비라 부르지 못했을 것이옵니다.”
“어째서냐?”
“소인의 답안에는 십 년의 세월이 들어 있사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르침과 아내가 유품을 팔아 마련한 노잣돈, 굶주리며 걸어온 이백 리 길이 들어 있사옵니다. 그것을 칼로 빼앗는 자에게 내준다면, 이후 백성의 억울함을 보고도 힘이 두렵다는 이유로 고개를 돌리게 될 것이옵니다.”
대전이 조용해졌다.
임금은 시권의 한 구절을 읽었다.
“힘 있는 자가 남의 재주를 빼앗아 벼슬에 오르면, 나라가 도적에게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것과 같다. 네가 쓴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장세륜은 이 글을 네가 미리 준비해 암기한 것이라 주장한다. 네 실력을 확인하지 않고 특별히 대우한다면 또 다른 불공정이 될 수도 있다.”
임금은 즉석에서 새로운 질문을 내렸다.
“법이 백성을 보호하지 못하고 도리어 권세가를 보호한다면, 충성스러운 신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신들의 시선이 경규에게 쏠렸다.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임금의 법을 부정하는 자로 몰릴 수 있는 위험한 질문이었다.
경규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법을 버려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러나 법이라는 이름 아래 숨은 사사로운 욕심을 걷어 내야 하옵니다. 충성은 임금의 귀에 듣기 좋은 말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임금께서 보지 못한 백성의 상처를 보여 드리는 것이옵니다.”
임금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말은 임금도 잘못할 수 있다는 뜻이냐?”
“임금도 사람인 까닭에 모든 일을 직접 보실 수는 없사옵니다. 그래서 신하가 필요한 것이옵니다. 신하가 임금의 눈을 가리고 백성의 울음을 막는다면, 그것이 가장 큰 불충이라 생각하옵니다.”
일부 대신들이 불경하다며 웅성거렸다. 그러나 임금은 손을 들어 그들을 잠재웠다.
이번에는 장세륜을 앞으로 불렀다.
“네 아들이 직접 썼다고 주장한 예전 답안이 있다. 그 내용을 지금 설명해 보라.”
장승호가 대신 불려 나왔다. 그는 훔친 답안에 적힌 경전 구절의 뜻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질문을 거듭하자 식은땀을 흘리며 엎드렸다.
“소신은 모르는 일이옵니다. 무뢰배들이 제 이름을 함부로 사용했을 뿐이옵니다.”
그때 금군이 새로운 증인을 데려왔다. 전날 붙잡힌 마천수였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장세륜에게 받은 은자와 지시가 적힌 원본 서찰의 은닉처를 밝혔다. 장세륜의 집 창고에서는 답안을 빼앗긴 선비들의 명단과 관직 거래 기록까지 발견되었다.
결정적인 증인도 나타났다. 십 년 전 경규의 아버지에게 장부 조작을 뒤집어씌웠던 늙은 아전이었다. 그는 장세륜의 협박을 받아 거짓 증언을 했다고 자백했다.
경규는 그제야 아버지가 당한 누명도 같은 뿌리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았다. 장세륜은 오래전부터 지방의 세금 장부를 조작했고, 이를 발견한 박정문을 쫓아냈다. 아버지와 아들은 십 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같은 자의 부정과 맞선 것이었다.
임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경규는 칼을 막아 답안만 지킨 것이 아니다. 과인이 보지 못했던 조정의 썩은 자리를 드러냈다.”
장세륜이 다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전하, 시험이 무효가 되었으니 저 유생에게 급제를 내리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옵니다.”
임금이 피 묻은 시권을 높이 들어 보였다.
“돈으로 자리를 사고 칼로 답안을 빼앗는 것이 네가 말하는 법도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박경규의 글은 시험관 전원이 으뜸으로 판정했고, 과인 앞에서도 학문과 소신을 증명하였다. 부정한 절차 때문에 정당한 인재까지 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또 다른 불의다.”
임금의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박경규에게 특별 급제를 내린다. 또한 최문석은 목숨을 걸고 동료 유생을 구했으니, 상처가 나은 뒤 별도로 재시험을 치르게 하라. 이번 비리에 연루된 자는 지위와 가문을 막론하고 모두 엄히 조사하라.”
경규는 바닥에 엎드린 채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가 남긴 벼루, 아내가 판 은비녀, 문석의 어깨를 찌른 칼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임금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박경규, 첫 관직을 받으면 무엇부터 하고 싶으냐?”
“전하께 한 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말하라.”
“소인의 급제 소식을 고향의 아내에게 먼저 전할 수 있도록 닷새만 말미를 내려 주시옵소서.”
대전 한쪽에서 작게 웃음이 흘렀다. 임금도 처음으로 입가를 풀었다.
“허락한다. 네 아내가 석 냥으로 나라의 인재를 길러 냈으니, 과인도 그 은혜를 모른 척할 수 없겠구나.”
※ 6: 석 냥짜리 급제
과거 시험 비리 사건은 한양을 뒤흔들었다. 장세륜은 관직을 삭탈당하고 의금부로 끌려갔다. 아들 장승호는 급제 자격을 영원히 박탈당했으며, 칼을 품고 시험장에 들어간 죄로 엄한 형벌을 받았다. 돈을 받은 시험관과 군관들도 파면되거나 유배되었다.
남의 답안으로 벼슬에 오른 열한 명에게는 다시 글을 짓게 했다. 그중 아홉 명은 자신이 제출했다는 글의 뜻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그들은 관직을 빼앗겼고, 원래 답안을 쓴 선비들은 다시 심사를 받을 기회를 얻었다.
경규의 아버지 박정문에게 씌워졌던 누명도 벗겨졌다. 임금은 그가 부정한 세금 장부를 고발한 충직한 관리였음을 인정하고 명예를 회복시켰다.
경규는 한양을 떠나기 전 치료 중인 문석을 찾아갔다. 문석은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지만 얼굴에는 생기가 돌아와 있었다.
“내년까지는 붓을 쥐기 어렵다더군.”
“전하께서 별도의 재시험을 허락하셨으니 서두르지 마시오. 내가 기다리겠소.”
문석이 경규의 머리에 꽂힌 어사화를 바라보며 웃었다.
“칼을 막을 때보다 어사화를 꽂은 모습이 더 어색하구려.”
“나도 그렇소. 이것을 쓰고 있으니 머리보다 목이 더 뻣뻣해지는 것 같소.”
두 사람은 한참 웃었다. 경규는 문석의 손을 잡았다.
“최 형이 아니었다면 나는 답안도 목숨도 지키지 못했을 것이오.”
“그대가 먼저 버티지 않았다면 나도 나설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오. 사람의 용기란 불씨와 같아서 옆 사람에게 옮겨붙는 모양이오.”
경규는 말을 타고 내려가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사양했다.
“올라올 때 걸었던 길을 다시 걷겠습니다. 그래야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벼루와 급제 교지를 품에 넣고 충청도로 향했다. 닷새 동안 같은 길을 걸었지만 풍경은 전혀 다르게 보였다. 올라올 때는 발밑의 돌만 보였고, 내려갈 때는 산과 들, 장터의 사람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고향에 가까워질수록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윤씨는 시험장의 칼부림 소식을 들었을까. 상처 난 모습을 보면 얼마나 놀랄까. 무엇보다 아내의 은비녀를 되찾아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고향 어귀에 도착한 것은 해가 서쪽 산에 걸린 무렵이었다. 초가집 지붕에는 여전히 풀이 무성했고, 금이 간 장독도 그대로였다. 마당에서는 윤씨가 빨래를 걷고 있었다.
경규는 사립문 앞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여보.”
윤씨가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남편을 알아보고 반색했지만, 이마의 상처와 붕대 감은 팔을 보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서방님!”
윤씨가 달려와 경규의 팔을 붙들었다.
“어디를 다치신 거예요? 분명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살아서 돌아왔으니 약속은 지킨 셈 아니겠소?”
“이렇게 다쳐 놓고 농담이 나오십니까?”
윤씨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는 어사화도, 새로 신은 신발도 보지 못한 채 상처만 살폈다.
경규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품에서 급제 교지를 꺼내 아내의 두 손 위에 올려놓았다.
“당신의 은비녀를 되찾아오지는 못했소.”
윤씨는 영문을 모른 채 교지를 내려다보았다.
“대신 석 냥으로 이것을 샀소.”
“이것이 무엇입니까?”
“내 급제 교지요. 그러니 내 급제는 석 냥짜리요.”
윤씨의 손이 떨렸다. 교지와 남편 머리의 어사화를 번갈아 보던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급제하신 겁니까?”
“그렇소. 당신이 나를 급제시켰소.”
경규도 아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 사람은 기와 한쪽이 깨진 초가집 처마 아래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그동안 삼킨 서러움이 빗물처럼 쏟아졌다.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몰려왔다. 아이들은 어사화를 구경하려 담장에 매달렸고, 이웃 농부들은 경규의 등을 두드렸다. 늙은 훈장은 경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자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내게 그랬네. 아들이 글은 잘하지만 세상이 받아 주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이야.”
경규는 고개를 들어 산 너머 아버지의 묘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세상이 제 글을 받아 준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옳은 뜻을 받아 주었다고요.”
며칠 뒤 경규는 아내와 함께 아버지의 묘를 찾았다. 그는 낡은 벼루와 급제 교지를 묘 앞에 놓았다.
“아버지, 붓으로 굶주린 사람의 사정을 밝히라 하셨지요. 이제 그 말씀을 지킬 자리에 가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불어 마른 풀이 고개를 숙였다. 마치 아버지가 대답하는 듯했다.
경규는 첫 관직으로 지방 백성의 억울한 송사를 살피는 자리를 맡았다. 권세가의 청탁이 들어오면 피가 밴 답안지를 꺼내 보았다. 칼 앞에서도 놓지 않았던 글을 돈 앞에서 굽힐 수는 없었다.
문석도 상처가 나은 뒤 재시험에 합격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고을에서 일하면서도 해마다 편지를 주고받았다. 시험장에서 함께 흘린 피로 맺어진 우정은 평생 이어졌다.
세월이 흐른 뒤 과거를 준비하는 젊은 선비들은 경규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들은 피 묻은 답안에 적힌 마지막 문장을 마음에 새겼다.
위정자는 백성에게 충성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백성이 믿을 수 있는 공정을 보여야 한다.
십 년을 바친 선비의 손은 칼에 베이고 불에 타도 끝내 답안을 놓지 않았다. 그 손이 지킨 것은 급제 교지 한 장이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도 실력으로 세상에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칼보다 강했던 것은 박경규의 손이 아니라 그 손에 쌓인 십 년의 세월이었습니다. 공정함이 무너질 때 침묵하지 않은 한 사람의 용기는 마침내 수많은 이의 억울함까지 밝혀냈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남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다음 야담에서도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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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과거 시험장 한가운데에서 피 묻은 답안지를 가슴에 안고 칼을 든 무뢰배와 맞서는 젊은 선비, 뒤집힌 소반과 흩날리는 종이, 놀란 유생들, 강렬한 긴장감, 한국인만 등장, 조선시대 한옥 시험장, 한복, 남성 상투머리와 갓, 외국인과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시네마틱, no text
A young Korean scholar clutching a bloodstained examination paper while confronting a knife-wielding ruffian in a Joseon-era civil service examination courtyard, overturned desks, flying papers and shocked scholars, Korean people only, Joseon hanok setting, hanbok, male sangtu topknots and gat hats, no foreigner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cinematic, no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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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벽의 허름한 조선시대 초가집에서 등잔불 아래 글을 읽는 박경규, 금이 간 장독과 새는 지붕,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인과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Park Gyeong-gyu studying beneath a dim oil lamp inside a poor Joseon-era Korean thatched house at dawn, cracked jars and a leaking roof,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 no foreigners or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달빛 아래 갈라진 손으로 붓을 잡고 공부하는 가난한 선비와 곁에서 바느질하는 아내 윤씨, 조선시대 한옥 내부, 한복, 상투머리와 쪽진머리, 한국인만 등장,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A poor scholar studying by moonlight with cracked hands while his wife Lady Yun sews beside him, Joseon-era Korean hanok interior, Korean people only, hanbok, sangtu topknot and jjokjin bun, no foreigners or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윤씨가 은비녀를 팔아 마련한 동전 주머니를 남편 앞에 내려놓는 감동적인 순간, 희미한 등잔불, 조선시대 한국인 부부, 한복과 전통 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Lady Yun placing a pouch of coins earned by selling her silver hairpin before her husband, emotional oil-lit scene, Joseon-era Korean couple only, hanbok and traditional Korean hairstyle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새벽 사립문 앞에서 윤씨가 과거 길을 떠나는 경규의 등을 다정하게 두드리는 장면, 초가집과 안개 낀 산길, 한복, 상투머리와 쪽진머리, 한국인만 등장,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Lady Yun gently patting Gyeong-gyu’s back as he leaves through a rustic gate at dawn, thatched house and misty Korean mountain path, Korean people only, hanbok, sangtu topknot and jjokjin bun,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발에 피가 밴 짚신을 신고 숭례문이 보이는 언덕에 선 경규, 저녁빛의 조선시대 한양 도성, 멀리서 그를 감시하는 검은 두건의 사내,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standing on a hill overlooking Sungnyemun with bloodstained straw sandals, Joseon-era Hanyang at sunset, a black-hooded Korean man secretly watching him,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씬 2 이미지 프롬프트
한글
과거를 앞두고 유생과 상인으로 붐비는 조선시대 성균관 앞거리, 붓과 종이를 파는 장터, 한국인만 등장, 한복, 상투머리와 쪽진머리, 외국인과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A crowded Joseon-era street before Sungkyunkwan filled with Korean scholars and merchants selling brushes and paper, Korean people only, hanbok, sangtu topknots and jjokjin buns, no foreigners or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성균관 뒤편 느티나무 아래에서 노숙하며 대화하는 경규와 최문석, 보따리와 낡은 책, 조선시대 한양 밤풍경, 한국인 남성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and Choi Mun-seok talking while sleeping beneath a large zelkova tree behind Sungkyunkwan, bundles and old books beside them, Joseon-era Hanyang at night, Korean men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어두운 조선시대 주막 안에서 흉터 난 무뢰배 마천수와 부하들이 답안지 강탈을 모의하는 장면, 탁자 위 동전과 비수,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Scar-faced ruffian Ma Cheon-su and his men plotting to steal examination papers inside a dark Joseon-era Korean tavern, coins and concealed daggers on the table,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주막 창호지 틈으로 무뢰배들의 모의를 엿보는 경규와 문석, 등불에 비친 사내들의 그림자, 긴장감 있는 조선시대 한국 골목,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and Mun-seok secretly watching the ruffians through a torn paper window, silhouettes cast by lantern light, tense Joseon-era Korean alley,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비수가 갓끈을 스치는 가운데 조선시대 반촌 골목을 달아나는 경규와 문석, 뒤쫓는 무뢰배들, 역동적인 한국 사극 장면,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and Mun-seok fleeing through a Joseon-era Banchon alley as a dagger cuts past a gat string, Korean ruffians pursuing them, dynamic historical scene,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씬 3 이미지 프롬프트
한글
동틀 무렵 횃불 아래 성균관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천 명의 유생, 엄숙하고 긴장된 조선시대 과거 시험 풍경, 한국인 남성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와 갓,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Thousands of Korean scholars entering a torchlit Sungkyunkwan examination courtyard at dawn, solemn and tense Joseon-era civil service examination, Korean men only, hanbok, sangtu topknots and gat hat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소반 앞에서 능숙하게 답안을 쓰는 경규와 옆에서 먹을 거꾸로 잡은 가짜 유생, 수많은 수험생이 빽빽한 조선시대 시험장,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skillfully writing at a small desk beside a fake scholar holding an ink stick incorrectly, crowded Joseon-era Korean examination courtyard,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가짜 유생이 소매 속 비수로 경규의 옆구리를 위협하고 경규가 답안지를 가슴에 끌어안는 순간, 조선시대 한국 시험장, 한복과 상투머리, 한국인만 등장,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A fake scholar threatening Gyeong-gyu with a concealed dagger while Gyeong-gyu clutches his examination paper to his chest, Joseon-era Korean examination setting,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왼팔을 칼에 베인 경규가 돌벼루로 무뢰배의 손목을 내리치는 역동적인 순간, 핏방울과 흩날리는 종이, 과도한 잔혹 묘사 없음, 조선시대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striking a ruffian’s wrist with a stone inkstone after being cut on the arm, droplets of blood and papers flying, no excessive gore, Joseon-era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피투성이 경규를 지키다 어깨에 칼을 맞은 문석, 달려오는 금군과 도망치려는 부패 관리, 혼란스러운 조선시대 시험장,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관복과 상투머리,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Mun-seok wounded in the shoulder while protecting bloodied Gyeong-gyu, royal guards rushing in as a corrupt official tries to flee, chaotic Joseon-era Korean examination courtyard, Korean people only, hanbok, official robes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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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경규가 불타는 비리 장부를 맨손으로 화로에서 꺼내고 대사성이 불을 끄는 장면, 조선시대 시험장,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관복과 상투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pulling a burning corruption ledger from a brazier with his bare hand as the chief examiner extinguishes it, Joseon-era Korean examination setting, Korean people only, hanbok, official robes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시험장 의방에서 붕대를 감은 경규가 들것에 누운 문석의 손을 붙잡는 장면, 조선시대 한국 의료 공간,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Bandaged Gyeong-gyu holding Mun-seok’s hand as his wounded friend lies on a stretcher in a Joseon-era Korean infirmary,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붕대를 감은 손에 붓을 묶고 피 묻은 답안의 마지막 문장을 쓰는 경규, 주변에서 경건하게 바라보는 유생들, 조선시대 과거 시험장,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tying a brush to his bandaged hand and completing his bloodstained examination paper while scholars watch solemnly, Joseon-era Korean examination courtyard,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피 묻은 답안을 제출한 뒤 쓰러지는 경규와 그를 향해 고개 숙이는 수백 명의 유생, 감동적인 조선시대 시험장, 한국인 남성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와 갓,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collapsing after submitting his bloodstained paper as hundreds of scholars bow toward him, emotional Joseon-era Korean examination scene, Korean men only, hanbok, sangtu topknots and gat hat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한밤중 조선시대 한양 골목에서 대사성의 빈 가마를 에워싼 검은 복면인들, 멀리 궁궐로 향하는 비밀스러운 인물,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Black-masked Korean attackers surrounding the chief examiner’s empty palanquin in a Joseon-era Hanyang alley at night, a secret figure heading toward the palace in the distance,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씬 5 이미지 프롬프트
한글
조선시대 궁궐 대전에서 임금 앞에 피 묻은 답안과 불탄 장부를 올리는 대사성, 양옆에 늘어선 대신들,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관복, 상투머리와 전통 관모,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The chief examiner presenting a bloodstained examination paper and burned ledger before the king in a Joseon-era Korean palace hall, officials lined on both sides, Korean people only, hanbok, official robes, sangtu topknots and traditional headwear,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팔과 이마에 붕대를 감은 경규가 임금 앞에 엎드린 장면, 옥좌와 조선시대 궁궐 내부, 장엄한 분위기,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with bandages on his arm and forehead bowing before the king, majestic Joseon-era Korean throne hall,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임금이 피 묻은 답안을 펼쳐 들고 경규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장면, 긴장한 대신들과 당당한 선비, 조선시대 한국 궁궐,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관복,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The king holding open the bloodstained examination paper while questioning Gyeong-gyu, tense officials and the dignified scholar inside a Joseon-era Korean palace,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official robe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답안 내용을 설명하지 못해 식은땀을 흘리는 장승호와 그를 차갑게 바라보는 임금, 증거 장부를 든 금군, 조선시대 궁궐,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관복과 상투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Jang Seung-ho sweating as he fails to explain the stolen essay while the king watches coldly, royal guards holding an evidence ledger, Joseon-era Korean palace, Korean people only, hanbok, official robes and sangtu topknots,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임금이 피 묻은 답안을 높이 들고 경규에게 특별 급제를 선포하는 순간, 놀란 대신들과 눈물 흘리는 경규, 조선시대 궁궐,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관복,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The king raising the bloodstained paper and proclaiming Gyeong-gyu’s special success, shocked officials and tearful Gyeong-gyu, Joseon-era Korean palace, Korean people only, hanbok and official robe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씬 6 이미지 프롬프트
한글
조선시대 의방에서 어사화를 쓴 경규가 부상당한 문석과 손을 맞잡으며 웃는 장면, 따뜻한 우정, 한국인 남성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와 갓,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wearing royal examination flowers and clasping hands with the recovering Mun-seok in a Joseon-era Korean infirmary, warm friendship, Korean men only, hanbok, sangtu topknots and gat,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어사화를 꽂고 짚신을 신은 경규가 가을 산길을 걸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장면, 조선시대 한국 산천과 논밭, 한국인 선비만 등장, 한복과 상투머리와 갓,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wearing royal examination flowers and straw sandals while walking home through an autumn Korean mountain road, Joseon-era rice fields and mountains, Korean scholar only, hanbok, sangtu topknot and gat,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초가집 마당에서 붕대 감은 남편을 보고 놀라 달려오는 윤씨, 어사화를 꽂은 경규, 감동적인 재회, 조선시대 한국인 부부, 한복, 상투머리와 쪽진머리, 외국 요소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Lady Yun rushing toward her bandaged husband in a thatched-house courtyard, Gyeong-gyu wearing royal examination flowers, emotional reunion, Joseon-era Korean couple only, hanbok, sangtu topknot and jjokjin bun, no foreign elements,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경규가 아내 앞에 무릎 꿇고 급제 교지를 두 손에 올려 주며 두 사람이 눈물 흘리는 장면, 초가집 처마와 모여든 마을 사람들, 한국인만 등장, 한복, 상투머리와 쪽진머리,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Gyeong-gyu kneeling before his wife and placing the royal appointment document in her hands as they cry, villagers gathering beside a thatched Korean house, Korean people only, hanbok, sangtu topknots and jjokjin buns, no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
한글
세월이 흐른 뒤 관청에서 백성의 억울한 사연을 공정하게 듣는 관리 박경규, 책상 옆에 보관된 피 묻은 답안, 조선시대 한국 관아, 한국인만 등장, 한복과 관복, 상투머리와 쪽진머리, 외국인과 외국풍경 없음, 16:9, 수채화, no text
English
Years later, official Park Gyeong-gyu fairly listening to the grievances of Korean villagers, his bloodstained examination paper preserved beside his desk, Joseon-era Korean government office, Korean people only, hanbok, official robes, sangtu topknots and jjokjin buns, no foreigners or foreign scenery, 16:9, watercolor, no text